이영풍 후보가 부산 북구갑에 쏘아 올린 작은 공

‘다윗’ 이영풍은 아직 돌을 내려놓지 않았다..

인싸잇=유용욱 주필 | 부산 북구갑 경선은 시작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한쪽에는 장관 출신의 재선 국회의원, 탄탄한 당 조직과 책임당원의 지지를 등에 업은 ‘거물’이 서 있다. 반대편에는 조직도, 정치적 이력도 일천한 신인이 홀로 서 있다. 산술적인 데이터만 놓고 본다면 이 싸움은 공정하기보다 가혹해 보이기까지 한다.

 

 

냉소적인 이들은 벌써 결론을 내린 듯 말한다.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경선은 요식행위일 뿐이다”라고. 하지만 정치가 오직 숫자와 기득권의 계산기로만 움직였다면, 우리 정치사에서 ‘희망’이나 ‘변혁’ 같은 단어는 진작에 사라졌을 것이다.

 

‘이영풍’이라는 이름이 던지는 묵직한 질문

 

이영풍 전 KBS 기자가 부산 북구갑에 던진 승부수는 단순한 후보 등록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승패의 계산표를 두드리기 전, 우리 정치권을 향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치는 과거의 안전한 선택에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미래의 불확실성을 감당하며 전진할 것인가.”

 

물론 현실의 벽은 높고 견고하다. 책임당원 중심의 구조, 복잡한 경선 산식, 그리고 신인이 극복하기 힘든 가산점의 한계까지. 이영풍이 넘어야 할 산은 첩첩산중이다. 세찬 바람 한 번으로 뒤집힐 판이 아니기에, 그의 승리는 ‘이변’을 넘어 ‘기적’에 가까운 조건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필자가 그의 행보에 주목하고, 기대감을 갖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이미 이 견고한 성벽에 의미 있는 ‘균열’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안 될 것”이라는 체념의 정서 사이로 “혹시 모른다”는 기대가 섞이기 시작했고, 고여 있던 여론의 수치가 조금씩 출렁이고 있다. 변화는 미풍처럼 시작되었으나, 역사의 물줄기는 언제나 그런 작은 소용돌이에서 바뀌어왔다.

 

다윗의 물매가 향하는 곳

 

성경 속 다윗은 처음부터 자신이 골리앗을 쓰러뜨릴 수 있다고 확신했을까. 어쩌면 그 역시 두려웠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장대한 거구(巨軀) 앞에서 그가 한 일은 단 하나, 자신이 들 수 있는 가장 단단한 돌을 골라 물매를 높이 치켜든 것뿐이다.

 

이영풍의 도전 역시 마찬가지다. 이 경선이 그에게 요구하는 숙제는 단순한 ‘득표수’가 아니다. 조직 없는 신인이 진정성 하나로 자신이 소속된 정당에서 과연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 그간 당이 말로만 외치던 ‘인적 쇄신’과 ‘세대교체’가 실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몸소 증명해내는 과정이다.

 

만약 그가 이 불가능해 보이는 싸움에서 승리한다면, 그것은 개인의 영광을 넘어 부산 정치와 대한민국 정당사에 기록될 역사적 신호탄이 될 것이다. “기득권의 성벽도 시민과 당원의 열망 앞에서는 무너질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 말이다.

 

패배해도 패배가 아닌 길

 

설령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의 도전은 결코 실패로 기록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예비후보 등록 후 당내 경선 과정에서 보여준 뜨거운 에너지, 결과에 겸허히 승복하는 정정당당함, 그리고 끝까지 정치를 향한 진심을 잃지 않는 자세를 유지한다면, 그는 ‘낙선한 후보’가 아니라 국민의힘 정당과 부산이 얻은 ‘소중한 미래 자산’으로 각인될 것이다.

 

정치는 승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때로는 어떻게 지느냐가, 어떻게 이기느냐보다 훨씬 깊은 울림을 남긴다. 부산 북구갑에 쏘아 올린 이 작은 공이 당장 골리앗의 이마를 맞히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이런 무모한 도전이 누군가에게 다음 돌을 들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면, 이 싸움은 이미 충분한 가치를 증명한 셈이다.

 

다윗은 아직 돌을 내려놓지 않았다.

 

필자는 이영풍이라는 이 젊은 투사가 끝까지 당당하기를, 그리고 그 걸음 끝에서 정치의 품격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이영풍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그의 도전이 과연 기적적인 결과를 이루어낼지 귀추(歸趨)가 주목된다는 생각을 필자만 가지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정치에 이런 ‘무모한 도전’을 하는 이들이 많아져야 정치가 건강해진다고 믿는 이들이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물매가 어디로 향하든, 그 용기만큼은 박수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부산 북구갑 경선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

 

부산 북구갑 경선은 지역 단위의 정치 이벤트이지만, 그 안에는 한국 정당 정치가 반복적으로 마주해온 질문이 압축돼 있다. 신인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가, 경선은 실질적인 경쟁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는가, 그리고 정당은 스스로 말해온 변화의 언어에 얼마나 충실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번 경선 결과의 숫자 속에만 있지 않다.

 

그 답의 진정한 의미는 그 과정과 선택이 남길 정치적 신호 속에 있다. 부산 북구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경선은, 그래서 단순한 지역 정치의 한 장면을 넘어 우리 정치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비춰보는 작은 거울이 되고 있다. 박민식, 이영풍 후보.. 이영풍, 박민식 두 후보 간 선의의 경쟁을 기대하면서 두 후보 모두의 무운(武運)을 빈다.

 

 

□ 유용욱 주필

 

- 1993년 KBS 공채 19기

- KBS 전략기획실 성과평가부장

- KBS 법무실장

- KBS N 경영본부장

- 현) 인싸잇 경기 편집국장 및 공동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