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신문의 1면 톱으로
2022년 10월 3일이었다. 도쿄신문은 1면 톱과 온라인 기사를 통해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에 모아 둔 ALPS 처리수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게다가 트위터상에서도
도쿄신문 공식 계정과, 동 신문의
모치즈키 이소코(望月衣塑子) 기자 등이 기사를 언급하면서, “도쿄전력이 방사성 물질인 트리튬을 검지할 수 없는 데다 세슘도 고농도가 아니면 반응하지 않는 선량계를 사용하여 처리수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선전을 후쿠시마 제1 원전 시찰자들에게 반복했다”고 알렸다. 기사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아직도 이렇게 되는 대로 하는 원자력 행정. 은폐, 개찬(改竄, 조작), 폐기에 거짓말까지.”
“일본은 아무렇지도 않게 밥 먹듯이 거짓말을 한다고! 거짓말과 개찬을 하는 나라를 믿을 수 있는가? 그런 정권을, 여당을 믿을 수 있겠는가? 도쿄전력과 관계 성·청(省庁, 부처)의 비밀인가? 국민에게 불리한 것은 다 짜여진 일이구나?”
“이제 거짓말과 속임수와 얼버무리는 일밖에 할 수 없는 터무니없는 나라로 몰락했군요.”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출에 반대합니다. #원전반대 #탈원전 #원전오염수의해양방출에반대합니다 #오염수의해양방출에반대합니다 #원전처리수의해양방출에반대합니다 #NoNukes”
정말로 ‘인상 조작’을 하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그러나, 실제로는 도쿄신문이야말로 ‘인상 조작’ 비판을 면치 못할 보도를 했다. ALPS 처리수의 안전성은 이미 국제원자력기관(IAEA)(国際原子力機関, 국제원자력기구) 사찰 시에도 확인되었는데, 도쿄신문은 이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IAEA는 알다시피 원자력의 안전에 관한 국제적인 기준을 만드는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이다. 2022년 2월에는 미국, 아르헨티나, 영국, 한국, 중국, 베트남, 러시아, 프랑스의 국제전문가로 구성된 팀(IAEA 태스크포스)이 일본을 방문하여 후쿠시마 제1 원전의 현지 시찰에 들어갔고, 2월 14일~18일 동안 약 1주일에 걸쳐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항에 대한 리뷰가 이루어졌다.
(1) 방출하는 처리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의 특성 평가
(2) 처리수 방출 프로세스(방출 시 사용하는 장치 등)의 안전성
(3) 사람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방사선 영향 평가
그 결과,
‧ ALPS 처리수 취급에 관한 실시 계획, 관련 설비의 설계와 운용 절차에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예방 조치가 적확(的確)하게 강구되어 있다’.
‧ 방사선 영향 평가에 관해서는 ALPS 처리수 방출로 사람에게 미치는 방사선의 영향이 (국제 규칙에 근거한) 일본의 규제 당국이 정한 수준보다 대폭 적다.
위의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이어 5월에는 라파엘 그로시(Rafael Grossi) 사무총장이 후쿠시마 제1 원전을 시찰하면서 “우리 IAEA는 처리수를 태평양으로 방출할 때 국제적 기준에 완전히 적합한 형태로(in full conformity with the international standards) 실시하며, 방출로 인해 환경에 어떠한 해도 끼치지 않는다고(it will not cause any harm to the environment)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현재도 ALPS 처리수의 해양 방출에 중국, 한국,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 앞서 말했듯이 IAEA 사찰단의 전문가 중에는 중국, 한국, 러시아의 전문가들도 포함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성에 대한 평가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즉 ALPS 처리수 해양 방출에 반대하는 과학적인 타당성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도쿄신문은 정면으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조간 1면에 보도한 것이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팀이 내린 결론에 이의를 제기하는 도쿄신문의 ‘전문성’이란 무엇일까?
자의적인 체리 피킹
시찰 시의 ‘ALPS 처리수 샘플 키트’를 이용한 설명에 관하여
(ご視察時のALPS処理水サンプルキットを用いたご説明について)
오늘 일부 언론에서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시찰 시의 ‘다핵종 제거 설비(ALPS) 처리수 샘플 키트’를 이용한 설명을 두고서 ‘“인상 조작”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보도하였습니다.
당사의 ‘ALPS 처리수 샘플 키트’를 이용한 설명의 취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ALPS 처리수는 ALPS 등으로 정화 처리함으로써 세슘-137과 같은 감마선 핵종 등의 62 핵종이 충분히 저감(低減, 감소)된 점
‧ 그 결과, 인체에 외부 피폭으로 영향을 미치는 감마선은 백그라운드(자연 방사능)와 같은 수준 정도로 내려간 점
‧ 한편 ALPS 등으로 정화 처리한 후의 물(水)에는 처리할 수 없는 트리튬(베타 핵종)이 고시 농도 한도를 초과하여 남아 있는 점
‧ ALPS 처리수에 포함된 트리튬에서 나오는 베타선은 종이 한 장으로 가려질 정도로 에너지가 약하며, 처리수 샘플 키트(병 용기)로 베타선이 가려지는 점
‧ 따라서 만일 베타선을 계측할 수 있는 선량계로 측정했어도 현장에서 방사선량을 제시하기는 어려운 점
‧ 더불어 설명할 때 사용한 감마선을 측정하는 선량계로는 베타선은 측정할 수 없는 점
이러한 점들을 도표 및 감마선을 측정하는 선량계 등을 통해 설명하였습니다.
덧붙여, 설명한 장소(발전소 구내)의 공간 선량은 대략 0.12마이크로시버트이며, 이 장소에서 병 용기 표면을 선량계로 측정하는(바늘이 움직이는) 데는 병 용기에 든 물의 세슘-137 농도가 계산상으로 약 4,000베크렐/리터(고시 농도 한도 90베크렐/리터의 약 44배) 이상 있어야 하는데, ALPS로 처리한 후의 물에는 외부 피폭하는 수준(약 4,000베크렐/리터)의 방사성 물질이 남아 있지 않으며, 이에 대해서도 도표를 통해 설명하였습니다.
당사는 계속해서 ALPS 처리수에 관한 정보를 비롯하여 폐로(閉爐)에 관해서도 정확하고 알기 쉽게 전달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궁리하며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이에 대해 조금 더 깊이 해설하겠다.
방사선에는 여러 종류가 있으며, 각각 성질이 다르다. 트리튬에서 나오는 베타선은 투과력이 약하여 외부 피폭으로 영향을 미치는 힘이 극히 약하다.
그리고 “실연(実演)은 인체에 외부 피폭으로 영향을 미치는 감마선이 저감되었음을 설명하는 것이 목적이다. 베타선을 방출하는 트리튬이 방출 기준치를 넘었음도 설명하였다” 중에서,
· 세슘-137과 같은 감마선 핵종 등의 62 핵종이 충분히 저감되었을 것
· 그 결과, 인체에 외부 피폭으로 영향을 미치는 감마선이 백그라운드와 같은 수준 정도로 내려갔을 것
이를 보여주는 취지인 이상, 트리튬 이외의 핵종이 충분히 저감되었음을 증명하고자 감마선 측정기를 이용한 일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트리튬의 베타선을 측정하는 방법도 있지만, 여러 절차와 대형 설비가 필요하므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시찰에서 시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제거할 수 없는 트리튬의 베타선에 의한 내부 피폭을 우려하는 의견 또한 있지만, 해양 방출 시에는 이를 기준치 이하로 희석한다.
애초에 트리튬은 자연계에도 존재하며 바닷물은 물론 수돗물과 인체를 포함한 모든 물속에 일정한 정도 존재한다. 게다가 트리튬은 대부분 트리튬수(水) 형태로 존재하며, 이는 물과 같은 거동(挙動)을 보여서 사람이나 어패류에 흡수되어도 체내에 축적도, 농축도 되지 않고, 비교적 빠르게 체외로 배출된다(역설적으로 축적이나 농축이 가능하면, 제거도 가능하다).
그러한 성질도 있기에 트리튬 1베크렐당 인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실효(実効, 실제로 나타나는 효력이나 효과) 선량 계수)는 세슘-137의 약 700분의 1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도쿄신문은,
“방사성 물질인 트리튬을 검지할 수 없는 데다, 세슘도 고농도가 아니면 반응하지 않는 선량계를 사용하여 처리수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선전을 반복했다.”
“감마선을 방출하는 세슘 등을 제거하고 처리한 물은 주위의 방사선량과 동등해졌다고 설명했지만, 베타선용 측정기를 사용하지 않은 이상 “선량계가 반응할 정도로 고농도의 세슘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썼는데, 설마 일반 시찰에서의 시연이 현장 전부를 보여준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게다가,
“‘트리튬의 에너지는 약하다. 여과지 등에 스며들도록 하여 베타선 측정기를 가져다 대도 농도가 더 짙지 않으면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과학적으로 보면 전적으로 무의미하다. 감마선은 세슘 같은 경우 1리터당 수천 베크렐이 들어 있지 않으면 선량계가 반응하지 않는다. 세슘이 방출 기준(90베크렐)의 수십 배가 들어 있어도 ‘없다’는 인상을 준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전문가들의 말을 언급하며
“전문가가 지적한 바와 같이 도쿄전력의 실연에서는 베타선에 대해서도, 감마선에 대해서도 아무런 검증을 하지 않은 셈이다.“
이처럼 결론을 썼지만, 실제로는 전문가들의 이야기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도출될 것이다.
“농도가 더 짙어야 반응한다는 것“, 그리고 “선량계가 반응하지 않을 정도의 감마선“은 처리수가 안전하다는 증좌(証左)일 뿐이다. “세슘이 방출 기준(90베크렐)의 수십 배가 들어 있어도 ‘없다’는 인상을 준다“에 관한 논의도, 어차피 실제로는 ALPS 처리수의 2차 처리 성능확인시험 상황 데이터가 공개되어 있으므로 방출 기준을 상회하지 않는 이상 무의미하다.
무엇보다 ALPS 처리수의 안전성과 해양 방출의 타당성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미 IAEA가 별도 사찰을 한 후에 인정한 일이다. 도쿄신문은 이 사실을 뒤집을 논거를 제시하기는커녕 IAEA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ALPS 처리수 샘플 측정의 취지와 설명에 관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 억지나 다름없는 트집을 잡았을 뿐이다.
이래서는 도쿄신문이 쓴 ‘처리수의 해양 방출을 위한 인상 조작이라는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다’, ‘정말 처리수에 대해 이해할 생각이 있는가?’라는 말을 들어야 할 것은 도쿄신문 자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상 조작 보도’를 막는 것은 누구인가?
SNS에서는 이번 도쿄신문 보도를 곧이곧대로 믿는 반응을 보였는데, 한편으로 부정적인 반응도 많았다.
‘일본팩트체크센터 @fact_check_jp 님, 바로 일할 시간이네요. 설마 도쿄신문을 “정확하고 엄격한 보도기관”이라고 하지는 않겠죠?’
‘팩트체크센터 씨, 이런 기사를 체크하지 않고, 어디서 존재 의의를 발휘할래요? 제발 이 이상 현역 기자들이 일하는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인터넷상에 뿌려졌으니 일본팩트체크센터인가 뭔가가 나설 차례예요.’
이처럼 일본 트위터에서 ‘팩트 체크(ファクトチェック)’라는 용어로 조금만 검색해봐도 수많은 발언이 나와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다.
일본팩트체크센터 설립에 관해서는 도쿄신문 기사가 나오기 며칠 전에 보도되었다.
‘Disinformation 대책 포럼의 보고서를 보고 “정보 공간의 건전성 향상”, “인재 육성”, “정보 리터러시 향상”을 골자로 가짜 정보 및 오정보 대책을 종합적으로 실시해 나간다.’
‘운영자금은 당분간 구글의 자선 사업 부문 “Google.org”가 2년간 최대 150만 달러(약 2억1,700만 엔), 야후가 1년에 2,000만 엔을 제공한다.’
그 보도 내용 중에서
‘팩트 체크 대상은 기본적으로 SNS 등에 올라온 정보이며, “정확하고 엄격한 보도기관은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운영위원회 사무국장 요시다 스스무(吉田 奨) 씨는 “보도기관은 본래 스스로 사실을 확인하고 보도하는 것이 사명이며, 그에 대해서는 보도기관 자신에게 맡긴다”라고 설명했다.’
위와 같은 방침에 대한 비판이 이어져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미 언급했듯이 이번에 다룬 도쿄신문 기사는 IAEA의 사찰 결과조차 보도하지 않아 오해와 불안을 확산시켰으며, “정확하고 엄격한 보도기관”과는 거리가 먼 보도 자세를 보였다.
실제로 SNS 등에서 이 기사를 곧이곧대로 믿은 반응이 확인되었을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후쿠시마에 대한 편견을 더욱 부추기는 보도에 이용되었다. 이야말로 가장 팩트체크가 필요한 사건 중 하나였을 것이다.
사실 이번 일처럼 보도가 오해와 불안을 확산시킨 사례는 드물지 않다. 특히 도쿄전력 원전 사고와 관련한 풍평(風評, 뜬소문이나 헛소문)은 언론이 확대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이 사람들에게 알려졌기 때문에 “정확하고 엄격한 보도기관은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일본팩트체크센터의 방침에 대한 반발도 컸다.
일본팩트체크센터에 이번 도쿄신문 기사에 관한 팩트 체크를 요구하는 의견이 지금도 잇따르고 있다. 이를 다루느냐 아니냐 여부는 동 센터의 존재 의의에 크게 관련될 것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