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이서호 기자 | 기아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5가 국내 출시 1년 만에 현대차그룹 내 전기차 판매 2위에 오르며 흥행에 성공했다.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이라는 선입견을 딛고 가격 경쟁력과 실용성, 차별화된 이미지로 소비자를 공략한 기아의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다.
기아는 지난해 9월 4일부터 EV5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EV5는 2023년부터 중국에서 먼저 판매된 모델로, 기아가 가성비를 중시하는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에서 최초 생산한 전략형 전기차다.
기아는 현지에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EV5에 탑재했고 14만 위안(약 2800만 원)대부터 판매했다. EV5는 기아의 최신 디자인 언어 ‘오퍼짓 유나이티드’를 적용하여 각진 정통 SUV 실루엣을 갖췄다. 실내는 패밀리 SUV 성격에 걸맞은 공간 활용성과 편의성을 갖춰 많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에 들어올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 시장에서는 EV5가 국내에서 통할 수 있을지 의문이 시선이 쏠렸다. 중국에서 2천만 원대에 판매됐던 모델이 국내에서는 4~5000만 원대에 판매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와서다.
이에 기아는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행사를 열고 LFP 배터리 대신 같은 회사의 삼원계 배터리(NCM)를 탑재하며, 니켈과 코발트, 망간의 비율이 ‘8:1:1’인 하이니켈을 적용했기에 중국 모델과 달리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제조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통상 절반가량에 달하는 만큼, 배터리 사양 변경이 차량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설명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시장의 우려는 가라앉기 시작했고, 이는 실제로 판매량으로도 드러났다.
EV5는 지난해 9월 272대, 10월 1150대, 11월 667대, 12월 104대로 총 2193대 판매됐다. 올해 들어서는 상반기 전기차 보조금 지급이 시작된 2월부터 8월까지 월 평균 3100대가 판매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총 2만 2545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올해 기준으로 현대차그룹이 판매하는 전기차 중 판매량 2위를 기록하고 있다.
EV5 흥행 배경으로는 가격 경쟁력이 꼽힌다. 지자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국고 및 지자체 전기차 보조금 등을 반영하면 3000만 원대부터 구매가 가능하다. 이는 동급 내연기관 SUV와 비교해도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대다.
최근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유지비 측면에서 전기차 특유의 강점이 부각된 점도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패밀리 SUV로서의 역할도 가능한 점이 판매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EV5의 위치는 기아가 판매하는 내연기관 SUV 중 스포티지에 가깝다. 2열 공간과 적재 공간이 넉넉해 가족 단위 소비자가 사용하기 부족함이 없고, SUV를 선호하는 국내 시장을 정확히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자동차 자체가 주는 이미지도 차별점으로 작용한다. 아이오닉 5와 EV6가 택시 모델로 대거 투입되며 상업적인 이미지가 강해진 반면 EV5는 택시 모델이 없어, ‘택시차’라는 이미지를 피하고 싶은 소비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결국 업계에서는 EV5가 출시 1년 만에 가격 경쟁력과 실용성, 차별화된 이미지 등 삼박자를 갖추면서 기아 전기차 라인업의 핵심 모델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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