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윤승배 기자 | 채수근 해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의 피의자였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도피시켰다는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11일 범인도피·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날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지난 2023년 11월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을 지시한 것이 공수처 수사를 방해하거나 이 전 장관을 도피시키려는 목적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원수로서의 인사권 행사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없지 않다”며 “전임 대사를 무리하게 쫓아내고 이종섭을 속된 말로 ‘꽂아 넣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됐다고 해서 수사기관의 피의자 소재 파악이 어려워지는 것은 아니며, 해외 근무로 수사가 다소 지연되는 정도만으로 수사기관에 대한 큰 방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을 출국시키기 위해 인사 절차를 형식적으로 진행하도록 하거나 출국금지를 해제하라고 부당하게 지시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을 “공수처에서 논란되는 사람”으로 추상적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형사처벌이 구체화 된 범죄 피의자로 인식하거나 공수처 수사를 전면적으로 저지·방해하려는 의사나 의도를 가졌다고 추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전 장관이 호주로 출국한 뒤 수사에 불응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았고, 귀국한 이후에도 특검팀 출범 전까지 공수처 수사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았던 점 등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과 함께 기소된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법무부 차관, 장호진 전 외교부 1차관,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이들은 공수처 수사를 받던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과 출국·귀국 과정에 관여해 윤 전 대통령의 범인도피를 도왔다는 혐의를 받았다. 특검은 조 전 실장과 박 전 장관에게 각각 징역 3년, 이 전 비서관·장 전 차관·심 전 차관에게 각각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종섭 전 장관은 2023년 7월 발생한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돼 공수처 수사를 받던 중 2024년 3월 호주대사로 임명됐다. 이후 호주로 출국했으나 국내에서 ‘도피성 출국’ 논란이 커지자 11일 만에 귀국했고, 대사 임명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사임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이른바 ‘VIP 격노설’ 등 채 상병 사건 의혹이 확산하고 이 전 장관에 대한 공수처 수사가 자신에게까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전 장관을 호주로 내보내려 했다고 보고 범인도피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이날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이번 판결은 정치적 구호나 수사기관의 주장에 휩쓸리지 않고 법과 기록을 토대로 사건을 객관적으로 판단한 올바른 판결”이라며 특검에 항소 포기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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