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적 무죄’가 ‘실체적 청렴’의 증표(證票)는 아니다

  • 등록 2026.08.24 09: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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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적 무죄’라는 어두운 그림자와 몰염치한 정치권의 면죄부 놀이

인싸잇 = 유용욱 주필 | 노웅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1심에 이어 무죄를 선고하면서 정치권이 또다시 거친 공방에 휩싸였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여권과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판결을 "정치검찰의 조작 수사이자 조작 기소"로 규정하며 수사를 주도했던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고, 이재명 대통령 역시 과거 민주당 대표 시절의 공천 배제를 사과하며 "선배님, 죄송합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격정적인 메시지를 띄웠다.

 

그러나 거창한 사과와 비난의 수사학(修辭學) 뒤에 숨겨진 판결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이번 사건은 한국 정치가 형사사법 체계의 본질을 얼마나 자의적으로 왜곡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줄 뿐이다.

 

‘Not Guilty’와 ‘Innocent’의 엄연한 법리적 차이

 

우선 이번 판결이 결코 노웅래 전 의원의 완벽한 도덕적 청렴을 증명하거나 "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미국의 형사법에서 무죄 판결을 'Innocent(죄가 없음)'가 아닌 'Not Guilty(유죄 입증 실패)'라고 칭하는 이유는 매우 명확하다.

 

이는 피고인의 완전한 무결함을 법원이 보증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유죄를 확신하기 어렵다는 형사재판의 내재적 한계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실제로 이번 항소심 판결문을 살펴보면 법원은 노 전 의원이 금품을 전혀 수수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린 것이 아니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측 역시 특정 시점에 후원금 명목 등으로 일정 금액을 전달받은 사실 자체는 일부 인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무죄가 선고된 결정적 계기는 검찰이 제시한 핵심 녹음파일과 전자정보가 별도의 영장 없이 다른 사건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위법수집증거'였기 때문이다. 즉, 절차적 흠결로 인해 핵심 증거의 법적 효력이 배제되는 독수독과(毒樹毒果) 이론이 적용되면서,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적법 증거가 부족해진 결과 내려진 판결일 뿐이다.

 

검찰의 미숙함과 무능이 초래한 사법적 불신

 

따라서 이번 사건을 이 지경으로 몰고 간 수사 주체들에 대한 엄중한 비판 역시 피할 수 없다.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서 국회 본회의장에 서서 "돈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녹음되어 있다"며 호기롭게 체포동의안 가결의 당위성을 강하게 주장했던 한동훈 현 무소속 의원과 당시 검찰 수사팀은 자신들의 법적·도의적 책임을 엄숙히 돌아봐야 한다.

 

법치주의 국가의 사법 기관이라면 적법절차(Due Process)라는 헌법적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완벽한 증거를 수집했어야 마땅하다. 어설프고 관행적인 압수수색으로 위법수집증거 논란을 자초하고, 결과적으로 실체적 진실을 법정에서 다퉈보지도 못하게 만든 것은 무능을 넘어 현행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실추시킨 치명적인 과오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절차적 허점’을 면죄부로 삼는 몰염치한 정치권

 

실체적 정의를 바로 세울 기회를 어설픈 수사(搜査)로 날려버린 검찰과 당시 검찰 지휘부의 미숙함은 그 어떤 논리로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절차상의 허점(虛點)'으로 얻어낸 무죄 판결을 마치 '실체적 청렴의 증표'인 양 포장하여 정치적 면죄부 놀이에 열을 올리는 여권과 이재명 대통령의 태도는 더욱 몰염치하다.

 

이 대통령은 과거 민주당 대표 시절, 노 전 의원의 컷오프 이유로 "특정한 사실은 본인이 인정하고 있어 그 자체로 문제"라고 직접 언급했었다. 혐의의 정황과 실체적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통치권자가, 검찰의 단순한 절차적 실책으로 내려진 법원의 판결을 빌미로 "정치검찰의 패악질에 편승해 읍참마속 했다"며 신파극을 벌이는 것은 전형적인 정치적 아전인수(我田引水)다.

 

판결의 법리적 취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 판결문에 담긴 의미를 왜곡까지 하면서 과거 자신들의 정치적 결정을 어물쩍 사과로 덮으려 하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 본인은 물론 여권 관련 재판 전반에 대한 헌법적 사법 부정(否定)의 명분을 차곡차곡 쌓아가려는 정략적 빌드업이라는 의구심을 피하기 어렵다.

 

실체적 진실이 흘러나간 자리에 들어찬 가벼운 언사(言辭)

 

결국 형사재판의 절차적 한계로 내려진 무죄 선고를 아무런 근거도 없이 도덕적 승리로 치환(置換)하는 행태는, 우리 법원 재판절차가 가진 사법적 한계와 정치권의 깊은 도덕적 불감증을 동시에 증명하고 있다. 이번 노웅래 전 민주당 의원에 대한 법원의 'Not Guilty'는 피고인이 털어낸 죄의 청정구역이 아니라, 공권력의 무능과 피고인의 절차적 행운이 맞물려 만들어낸 미완의 종결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현 주류 정치인들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소환하던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부득이하고도 불가피하게 생긴 전과(前科)가 아닌,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사법적 절차의 틈새로 흘러 나간 자리에 뻔뻔스러운 정치적 웅변과 통치권자의 가벼운 언사가 들어차는 한, 이 땅의 법치주의와 정치는 결코 성숙해질 수 없다.

 

끝으로 대통령 후보 노무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대한민국 현대사에 큰 여운(餘韻)을 남긴, 그래서 지금은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늘 1, 2위를 다투는 노무현 전(前) 대통령님이 남긴 일갈(一喝)로 혹 아직 남아있을 정치권의 양심을 두드려보고자 한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 유용욱 주필

 

- 1993년 KBS 공채 19기

- KBS 전략기획실 성과평가부장

- KBS 법무실장

- KBS N 경영본부장

- 현) 인싸잇 경기 편집국장 및 공동발행인

 

유용욱 주필 macgyvery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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