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한민철 편집국장 | ‘유심 무단개통’으로 재벌과 유명 연예인 등의 개인정보를 탈취하고 수백억 원을 가로챈 국제 해킹 조직의 중국인 피의자가 중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도 이들로부터 여러 개인정보를 탈취의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박준석)는 지난 2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중국 국적 전 아무개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재력가를 범행 대상으로 물색해 재산을 탈취했다”며 “피해자들은 통상의 보이스피싱과 달리 아무런 귀책사유 없이 무방비 상태에서 재산을 잃었다”고 밝혔다.
검찰 측 공소사실에 따르면, 전 씨 등은 지난 2023년 중국 랴오닝성 대련(다렌)과 태국 등지에 해킹 범죄 조직을 결성했다.
이들은 국내 업자로부터 불법으로 유심을 제공받았다. 이어 중국 등에서 해당 유심을 통해 알뜰폰을 무단으로 개통했고, 통신사 이동을 통한 뒤 국내 포털 사이트 등에 접속해 피해자들의 기본 개인정보를 확보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명의자가 아닌 제3자의 전자서명을 이용하는 인증 취약점을 악용해 알뜰폰 사업자의 개통 서비스를 해킹하고, 피해자 명의의 휴대전화 유심을 무단 개통했다. 그 과정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위탁기관도 해킹해 ‘휴대전화 가입 제한 서비스’를 무단 해제하기도 했다.
이후 보안이 취약한 정부·공공기관, 정보기술 플랫폼 업체, 금융 공동 관리기관 등 웹사이트 6곳의 보안 취약점을 노려 피해자 258명의 성명, 신분증 정보, 운전면허 정보, 계좌번호, 금융자산 잔고, 전화번호 등 다수의 개인·금융·인증 정보를 탈취해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 조직의 범행은 지난 2023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주로 국내 재력가와 유명인, 연예인 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중에는 기존에 복수의 언론에 알려진 바와 같이 유명 보이그룹 BTS(방탄소년단)의 멤버 정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싸잇>이 확인한 20여 명의 피해자 중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 방시혁 하이브 의장 등을 비롯해 금융사와 제약사, 게임사 회장 등의 이름이 있었다. 주요 대기업 그룹 중 SK와 현대 오너 가(家)의 이름은 확인되지 않았다.
전 씨 등은 지난 2023년 이재용 회장과 구광모 회장의 금융결제원 ‘어카운트인포’에 접속해 계좌 정보와 금융거래 내역 등을 탈취했고, 한국도로교통공단 안전운전 통합민원에서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면허발급 일자 등 민감 정보까지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행히 두 사람을 비롯해 홍라희 여사와 이서현 사장 등은 개인정보 외에 실제 금융 자산을 탈취 당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대기업인 A그룹의 B 회장은 개인정보뿐 아니라 포털 가입 정보와 가상화폐, 금 거래소 거래 정보 등을 탈취당했다. 전 씨 등은 B 회장의 여권 정보까지 파악해, 위조 여권을 만들고 해외에서 신용카드까지 발급해 결제하는 등 수천만 원의 금전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은 김준기 DB그룹 회장의 개인정보를 탈취해 증권사 계정에 접속, 5억 원의 대출을 시도하려 했지만, 증권사에서 이상거래 시도로 의심해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피해자 중에는 개인정보 및 금융거래 정보 탈취 피해 규모가 방대해 이를 정확히 파악조차 하지 못한 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은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지난해 5월 전 씨가 태국에 체류 중이라는 인터폴 첩보를 입수했다. 이후 태국 경찰 및 인터폴과 합동 작전을 벌여 방콕 소재 호텔을 은신처로 삼아 범행하던 전 씨를 검거했다. 전씨는 같은 해 8월 국내로 송환됐고 9월 구속기소됐다.
아직 여럿의 공범들이 체포되지 않고 해외에 머문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피해자 수와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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