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강인준 기자 | 손바닥보다 작은 빵 모양 장난감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누르자 움푹 들어간 표면이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말랑이를 주무르는 소리와 비닐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까지 고스란히 담긴 짧은 영상에는 “계속 보게 된다” “나도 한번 만져보고 싶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과거 어린이와 초등학생의 장난감으로 여겨졌던 ‘말랑이’가 최근 20대 여성을 비롯한 Z세대 소비자들의 새로운 취향 소비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말랑이는 폼이나 실리콘, 젤과 같은 부드러운 소재로 만든 촉감 완구다. 손으로 누르거나 주무르면 모양이 변했다가 천천히 복원되는 스퀴시 제품부터 젤리 형태의 키링, 촉감과 소리를 함께 즐기는 왁뿌볼까지 제품 종류도 다양해졌다.
이런 유행의 중심에는 인스타그램 릴스와 틱톡, 유튜브 쇼츠 등 짧은 영상 플랫폼이 있다.
말랑이를 누르거나 자르고, 포장지를 뜯고, 여러 제품의 촉감을 비교하는 영상은 특별한 설명 없이도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한다.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말랑이 관련 콘텐츠 중에는 수천 개의 ‘좋아요’를 기록한 영상도 등장하고 있으며, SNS에서는 말랑이를 20·30대 여성의 스트레스 해소용 장난감으로 소개하는 게시물이 잇따르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제품의 촉감과 복원 과정이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점도 숏폼 콘텐츠에 적합하다. 처음에는 영상을 구경하던 이용자가 제품의 이름을 검색하고, 직접 구매한 뒤 다시 개봉 영상이나 사용 영상을 올리면서 콘텐츠와 소비가 서로를 확대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관심은 실제 소비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에 따르면 지난 5월 말랑이 거래량은 전년 동기보다 235% 증가했다. 에이블리에서도 6월 1일부터 23일까지 말랑이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4% 늘었다.
검색량도 빠르게 늘고 있다. 키워드 분석 서비스 블랙키위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올해 5월 19일부터 6월 17일까지 네이버에서 ‘말랑이’의 검색량은 약 12만 7000건을 기록했다. 같은 촉감 완구인 ‘왁뿌볼’ 검색량은 약 17만 2400건, 키캡은 약 20만 1000건이었다.
말랑이 판매점이 모여 있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도 새로운 소비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소상공인365’ 자료를 인용한 분석에 따르면 창신1동 문구·회화용품 소매업의 월평균 매출은 지난해 11월 835만원에서 올해 2월 1124만원으로 약 34% 증가했다.
말랑이 소비의 주요 특징은 단순히 한 제품을 사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빵과 과일, 동물, 화장품 등 다양한 모양의 제품을 모으고, 촉감의 부드러움과 복원 속도, 향, 소리 등을 비교한다. 제품을 정리해 보여주는 ‘말랑이 보관함’이나 판매점을 찾아다니는 ‘말랑이 투어’도 하나의 콘텐츠가 됐다. 과거 초등학생 중심이었던 문화가 최근에는 1990년대생을 포함한 성인 소비자들의 수집 활동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20대 여성 소비자들에게 말랑이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물건으로 받아들여진다.
명품이나 여행처럼 큰 비용이 필요한 소비는 아니지만, 원하는 디자인을 직접 고르고 손으로 만지는 동안 짧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취업과 직장생활, 인간관계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복잡한 활동 없이 잠시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Z세대의 소비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즉각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과도 맞닿아 있다. 이런 흐름에서 말랑이는 단순한 장난감이라기보다 손으로 감정을 조절하는 작은 도구에 가깝다.
스마트폰 화면으로 자극적인 영상을 빠르게 넘겨보는 대신, 부드러운 물건을 반복해 누르며 촉감과 작은 소리에 집중한다. 말랑이를 자르거나 누르는 ASMR 영상 역시 강한 서사나 정보 없이 감각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저자극 콘텐츠’로 소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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