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 = 유용욱 주필 |현재 대한민국 지상파 공영방송의 현실은 참담함을 넘어 궤멸(潰滅) 직전이다. 특정 이념과 정파성에 경도된 민노총 언론노조가 장악한 언론 지형은 이미 공정성과 균형 감각을 상실한 지 오래다. 이 완벽하게 기울어진 운동장, 비정상적인 구조 속에서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지키고 최소한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堡壘)'는 과연 어디인가.
대한민국 공영방송 최후의 보루(堡壘)
대한민국 공영방송을 지켜낼 최후의 보루는 바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대변하고 무너진 미디어 생태계를 바로잡을 엄중한 책무를 부여받은 정당 추천 이사들이다. 최근 개정 방송 3법의 시행으로 KBS, 방문진(MBC), EBS의 이사 추천 주체가 학계, 법조계, 시청자위원회, 방송사 내부 등으로 다양화되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정치적 독립’이니 ‘다양성’이니 하며 장밋빛 환상을 노래한다. 그러나 이는 냉혹한 미디어 전쟁터의 본질을 외면한 한가한 말장난일 뿐이다. 오히려 이번 이사 선임은 단순한 인적 쇄신을 넘어 공영방송 정상화의 성패(成敗)를 가를 절체절명(絶體絶命)의 분기점이다. 필자가 이번 이사 선임에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운 시선을 거둘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정상적 언론 지형, 지금은 '취미 생활'을 할 때가 아니다
그간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을 되돌아보면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관행처럼 여겨지던 정파 간의 지분 나눠 먹기, 혹은 학계와 법조계 등에서 이름깨나 알린 명망가들의 '스펙 쌓기용' 자리보전이 허다했다. 방송 현장의 치열한 역학 관계와 민노총 언론노조의 집요한 조직 생리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이들에게, 공영방송 이사직은 그저 격조 높게 회의에 참석해 거마비나 챙기며 자리만 채우는 '점잖은 취미 생활'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비상 상황이다. 작금의 대한민국 방송 환경은 단순한 견해 차이를 넘어선 '체제 전쟁'이자 '이념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 미디어가 특정 세력의 전유물로 전락해 대중의 의식을 왜곡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엄혹한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한다면,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는 그 근간마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민노총 언론노조와 좌파 시민단체들은 벌써부터 "대화와 숙의", "권력욕 배제"라는 고상한 수사(修辭)를 동원해 공영방송 이사회의 칼날을 무디게 만들려 한다. 이런 절체절명의 시기에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학계의 '점잖은 명망가'나 화합·중도를 외치는 유약한 인물을 앉히자고 주장한다면, 이는 패배주의에 찌든 방임이거나 보수 정당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구조적·수적 열세를 돌파할 '검증된 전사(戰士)’
개정법에 따른 이사회 구도는 여전히 거대 기득권 노조와 그 동조 세력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다. 게다가 최근 KBS의 사례처럼 내부 갈등과 사법 절차를 핑계로 추천 절차 자체를 지연시키며 이사회를 파행으로 몰아가려는 조직적 저항마저 감지된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지역성'을 명분 삼아 자신들의 입지를 넓히려는 시도까지 가세하고 있다.
이처럼 불리한 전황(戰況)을 극복하고 거대한 민노총 언론노조의 장벽에 균열을 내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인적 구성부터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회의장만 지키는 신사(紳士)가 아니라, 전선을 지킬 ‘검증된 전사(戰士)’다.
무엇보다 방송 생태계와 언론노조의 조직 생리, 그리고 교묘하게 작동하는 편향(偏向)과 왜곡(歪曲)의 메커니즘을 훤히 꿰뚫고 있는 내부 전문가여야 한다. 현장을 모르면 겉핥기식 비판에 그치고, 결국 노련한 내부 조직과 관료주의에 휘둘려 단순 거수기(擧手機)로 전락할 뿐이다.
동시에 얄팍한 선전·선동에 맞서 논리와 팩트로 무장하고 정면 돌파할 수 있는 강력한 투쟁 능력과 뚜렷한 결기(決起)가 필수적이다. 타협과 기계적 중립이라는 미명 하에 슬그머니 물러설 유약한 인물은 이 험난한 전장에 설 자리가 없다.
마지막으로, 치열한 프레임 전쟁 속에서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도덕성과 이념적 선명성이 철저하게 검증된 인물이어야 한다. 작은 꼬투리 하나로도 전체의 개혁 동력을 상실할 수 있는 만큼, '무늬만 지역 대표'나 '기회주의적 명망가'는 이번 선임 과정에서 철저히 걸러내야 한다.
공영방송 정상화, 이번 이사 선임에 모든 것이 걸렸다
공영방송을 정상화하고 국민에게 돌려주는 작업은 고상한 말잔치나 어정쩡한 타협으로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제시한 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일각의 보이콧과 지연 전술로 인해 새 이사회가 '불완전한 형태'로 출범하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최후의 보루로 기능해야 할 공영방송 이사회가 또다시 이름만 걸어둔 채 무기력하게 무너진다면, 대한민국 언론의 미래는 없다.
이번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단순한 인사(人事)가 아니다. 보수 진영 전체의 명운(命運)과 언론 정상화의 성패(成敗)를 건 전략적 배치여야 한다. 추천권을 가진 주체들은 지금이 얼마나 엄중한 시기인지 직시해야 한다. 저들의 위선적인 '공공성' 프레임에 휘둘려 명망가들에게 잔칫상을 차려줄 여유는 없다. 내부를 잘 알고, 철저히 검증되었으며, 맨 앞에서 치열하게 싸울 수 있는 '진짜 전사(戰士)’들을 전진 배치하라. 그것만이 무너진 언론 생태계를 바로잡고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을 유일한 시작점이다.
□ 유용욱 주필
- 1993년 KBS 공채 19기
- KBS 전략기획실 성과평가부장
- KBS 법무실장
- KBS N 경영본부장
- 현) 인싸잇 경기 편집국장 및 공동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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