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이다현 기자 |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극본 유지원·연출 박준화·배희영)이 고증 오류와 서사 허점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청률과 글로벌 OTT 순위, 화제성 지표를 동시에 장악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논란과 인기가 공존하는 이 드라마는 오늘날 콘텐츠 산업의 성공 방정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10회 전국 13.3% 자체 최고 경신... 47개국 디즈니+ TOP10
MBC에 따르면 지난 9일 방송된 10회는 닐슨코리아 기준 수도권 13.5%, 전국 13.3%, 2054 시청률 5.6%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했다. 9회와 10회 모두 수도권·전국·2054 기준 금토 전체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첫 방송이었던 4월 10일 7.8%로 출발해 4회 이후 10%대에 진입했고, 이후 매주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 중이다.
글로벌 성과도 뚜렷하다.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디즈니+ TV쇼 부문 글로벌 3위, 비영어권 콘텐츠 1위에 올랐다. 일본·대만·브라질·페루 등 15개국에서 1위, 총 47개국 TOP10에 진입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 TV-OTT 드라마 화제성 부문에서는 첫 방송 이후 6주 연속 1위를 유지했다. 출연자 화제성에서는 변우석 1위, 아이유 2위를 기록했다.
제작비는 300억 원대다. MBC는 IP를 가져가는 넷플릭스 대신 디즈니플러스에 콘텐츠를 판매해 제작비를 조달하면서 IP를 자사가 보유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해 약 27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MBC는 이 드라마를 기점으로 광고 완판을 이어가고 있다. MBC 관계자는 “지금까지 MBC에서 올린 드라마 중 역대 최고 수익인 것 같다”며 “광고가 어려운데 완판을 한 번도 빼놓지 않고 하고 있다. 최근의 광고 상황을 놓고 보면 기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입헌군주제 드라마 20년 계보... ‘궁’이 세운 기준
‘21세기 대군부인’은 2022년 MBC 드라마 극본 공모전 장편시리즈 부문 우수상 수상작이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입헌군주제 설정을 현대적으로 잘 풀어낸 로맨스물로 남녀 캐릭터가 모두 진취적이고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 입헌군주제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2006년 MBC ‘궁'(주지훈·윤은혜 주연)이 최고 시청률 26.6%를 기록하며 장르의 기준을 세웠다.
‘궁’은 왕위에 오르지 못한 자에게 사후 왕의 칭호를 올리는 ‘추존’ 절차, 고려시대부터 전해온 ‘격구’ 장면 등 디테일로 시청자를 설득했다.
이후 MBC ‘더킹 투하츠’(2012·하지원·이승기), SBS ‘황후의 품격’(2018·장나라·최진혁), SBS ‘더 킹: 영원의 군주’(2020·이민호·김고은)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입헌군주제 세계관을 시도했다.
고증 논란... 호칭은 전통, 말투는 현대
‘21세기 대군부인’을 둘러싼 논란은 세계관의 설득력에 집중된다. 극 중 인물들은 대군을 부를 때 전통 호칭 ‘자가(慈駕)’를 사용하지만 실제 말투와 태도는 지나치게 현대적이어서 몰입을 깬다는 지적이 나온다. 왕실에서 붉은 옷 착용을 금지하는 설정도 논란이 됐다.
조선시대 복식에서 붉은색은 금지색이 아니라 신분·의례·문양에 따라 다르게 사용된 색이었다는 것이다. 또 현실에서 대통령 의전 차량으로 국산 브랜드가 주로 활용된다는 점을 들어, 왕실 의전 차량으로 메르세데스-벤츠가 등장하는 장면이 입헌군주제 대한민국 설정과 어긋난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차량 협찬 구조는 제작 현실과 연결된다. 이 드라마에는 국내 자동차 협찬이 없으며 메르세데스-벤츠·기아·애스턴마틴·맥라렌이 혼합 지원됐다. ‘더킹 투하츠’와 동일하게 메르세데스-벤츠가 차량을 지원한 구조다.
서사 구조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주인공 성희주(아이유 분)가 대군 부인이 되고자 하는 동기의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성희주는 이미 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영자로 부와 명예를 가진 인물이다.
극이 그의 계약 결혼 욕망이 계급 상승에서 비롯된 것인지, 감정적 결핍에서 비롯된 것인지 명확히 답하지 못하면서 성희주와 이안대군의 로맨스가 필연성을 갖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역방향 IP 확장’... 종영 후 웹소설 프리퀄 공개
드라마 종영 직후인 5월 중순부터 카카오페이지에서 웹소설 ‘21세기 대군부인 인(in) 왕립학교’가 공개될 예정이다. 이안 대군과 성희주가 처음 만난 왕립학교 시절과 국무총리 민정우 캐릭터의 전사를 담은 프리퀄이다.
드라마 화제성과 팬덤을 기반으로 웹소설·웹툰으로 세계관을 확장하는 이른바 ‘역방향 확장’ 사례다.
앞서 넷플릭스 드라마 ‘경성크리처’의 웹툰 외전, JTBC ‘힘쎈여자 강남순’의 웹툰 ‘힘쎈여자 황금주’ 등이 같은 방식을 택한 바 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투자를 플랫폼에서 받으면서 IP가 확보됐다는 건 상당히 의미가 있다”며 “IP를 챙기면서 글로벌 인지도도 높인 사례가 별로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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