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반도체 횡재세’에 美 ‘컴퓨트세’... AI 초과이익 과세 논의 부상

  • 등록 2026.05.11 09: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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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일자리 대체로 과세 논쟁 확산... WSJ “최근 3개월 새 주류 의제로”
한국선 반도체 초과이익 환수 요구·이재명 “로봇세 논의해야"... 美선 컴퓨트세 입법화 압박
노벨경제학상 사이먼 존슨 “AI 확산 늦춰야”... 스탠퍼드 브린욜프슨 "엉뚱한 곳 겨냥”

인싸잇=이다현 기자 |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AI 연산 처리에 세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컴퓨트세(Compute Tax)’ 논의가 미국 경제학계와 정치권에서 주류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반도체 대기업의 초과이익에 세금을 물리자는 이른바 ‘삼성세’ 논의가 진행 중이다. 기술 기업의 급증하는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한미 양국에서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

 

 

컴퓨트세란 무엇인가

 

컴퓨트세는 AI 연산 처리, 즉 ‘컴퓨트(Compute)’에 세금을 매기는 구상이다. 아이디어의 기원은 2017년 빌 게이츠가 제안한 ‘로봇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ChatGPT와 Claude Code가 등장하기 훨씬 전이었다.

 

과세 방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에 추가 과세하는 방식(A안)과, AI 서비스 이용 시 사용되는 ‘토큰(Token)’ 단위로 이용자에게 과세하는 방식(B안)이 논의된다.

 

예일대 파스쿠알 레스트레포 경제학 교수는 WSJ에 “전기세를 전력 회사에 매기거나 이용자에게 매기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어느 쪽에서 과세하든 AI 이용 비용은 오르게 된다.

 

AI 기술이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기업 이익이 늘어나는 반면 국가 세수 기반인 근로소득세는 줄어드는 구조적 역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지니아대 다든 경영대학원 교수 앤톤 코리넥은 WSJ에 “AI가 인간을 대체하면 세금 기반이 노동에서 자본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재정 체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지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전 대선 후보·억만장자가 지지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사이먼 존슨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는 컴퓨트세를 AI 확산 속도를 늦추기 위한 실질적 정책 수단으로 지지했다. 그는 WSJ에 “수만 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데이터센터를 짓는 행위를 덜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며 “AI가 발전함에 따라 인간이 할 새로운 일자리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슨은 “AI의 일자리 파괴 잠재력은 매우 크고, 자본을 가진 이들이 더 부유해질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전 전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이자 포워드당 공동의장 앤드류 양은 WSJ에 “지금 우리는 일자리를 보존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AI는 화이트칼라 고용을 무너뜨리고 이어 트럭 운전과 수많은 흔한 직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대 AI 기업들이 납부하는 세금은 AI가 창출하고 흡수할 가치에 비해 턱없이 낮다”고 지적하며 세수를 직접 국민에게 환원하는 방식의 기본소득 연계를 지지했다.

 

텍사스 억만장자 존 아놀드(아놀드 벤처스 공동의장)는 지난달 X에 “다가오는 AI 반발을 제한하는 유일한 방법은 세금 기반을 노동에서 컴퓨트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평균적인 유권자가 AI로부터 가시적인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반대론... “혁신 저해하고 산업을 해외로 밀어낼 뿐”

 

반론도 제기된다. 스탠퍼드 디지털이코노미 랩 소장 에릭 브린욜프슨은 WSJ에 “컴퓨트세는 잘못된 대상을 겨냥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 세제가 이미 기업이 AI보다 사람을 고용하는 것을 불리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직원 1000명을 둔 기업은 같은 이익을 기계로 창출하는 기업보다 총 세금을 더 많이 낸다는 것이다. “사람을 증폭시키는 방향을 저해하고 사람을 대체하는 방향을 장려하고 있다”며 컴퓨트세 대신 노동·자본 세율 재조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레스트레포 교수는 AI가 약물 개발·기상 예측·역학 모델·사기 탐지 등 핵심 분야에도 활용되고 있다며 “왜 이 모든 것의 비용을 높이려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컴퓨트세가 미국 AI 산업을 해외로 이전시킬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코리넥 교수는 현재 AI 연산 규모 자체가 크지 않아 “큰돈을 걷지도 못하면서 유의미한 변화도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IMF·브루킹스도 정책 검토 대열 합류

 

국제통화기금(IMF)도 이 논쟁에서 빠지지 않았다. IMF는 올해 발표한 AI 정책 논의 페이퍼에서 초과 이윤세, 광범위한 자본 소득세, AI 이용 또는 컴퓨트 관련 부담금 등을 검토 가능한 정책 수단으로 제시하면서도 투자 저해 효과를 피하는 설계의 중요성을 함께 강조했다.

 

브루킹스 인스티튜션도 올해 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로봇세·컴퓨트 과세·AI 생성 토큰 부담금·디지털 서비스세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다. 저자 코리넥 교수는 “일관된 평가 틀 없이는 혁신을 저해하고 경쟁력을 훼손하면서 근본적인 재정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는 정책이 나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2021년 샘 올트먼은 “이 기술적 미래를 수용하고 세계 대부분의 가치를 구성할 자산, 즉 기업과 토지에 세금을 부과해 다가오는 부를 공정하게 분배해야 한다”고 썼다. 그러나 올트먼은 최근 더 애틀랜틱 CEO 니컬러스 톰슨과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기본소득을 예전만큼 믿지 않는다”고 입장을 바꿨다.

 

李 대통령 “로봇세 논의해야”... 산업계 “시기상조”

 

미국에서 불거진 AI 과세 논의는 한국에서도 유사한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초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 기념 정책토론회에서 “추세적으로 노동자들의 위치가 더 불안정해질 텐데 로봇세 같은 것도 나중에 한 번 얘기해야 한다”며 “기업이 AI로 혜택을 보면 그에 따른 부담도 져야 사회적 저항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국내 산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이 이제 막 태동기를 벗어난 상황에서 세금부터 매기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과도한 과세는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고 오프쇼어링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 법인세 체계 보완이나 기업 자율 재교육 펀드 조성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반면 전창배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이사장은 “AI 이익 환원은 혁신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줄여 기술이 사회에 안착하게 돕는 안전장치”라고 밝혔다.

 

경제학자들은 이 논쟁이 다가오는 선거 국면에서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코리넥 교수는 WSJ에 “AI와 대규모 실직에 대한 공공의 우려가 커지면서 이 논의는 다음 선거 시즌을 앞두고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다현 기자 dahyun.lee18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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