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다이비즈니스] 7년간 횡행한 ‘후쿠시마는 위험하다’라는 가짜뉴스

‘루머’를 믿는 국민이 아직도 절반이나...부당한 차별과 편견까지 다음 세대에 남겨서는 안돼

미디어워치 편집부 mediasilkhj@gmail.com 2022.07.31 09:59:31



※ 본 칼럼은 일본의 대표적인 주간지인 '겐다이비즈니스(現代ビジネス)' 온라인판에 2018년 3월 11일자로 게재된, 하야시 토모히로(林 智裕) 기자의 7년간 횡행한 ‘후쿠시마는 위험하다’라는 가짜뉴스(「福島は危険だ」というフェイクが、7年経っても県民を傷つけている)’ 제하 기사를 본인의 허락을 얻어 완역게재한 것이다. 미디어워치는 향후 '겐다이비즈니스'에 게재된, 하야시 토모히로 기자의 후쿠시마 원전 괴담 비판 기사 일체를 번역 소개할 예정이다. 아래 첨부한 일부 사진과 캡션은 미디어워치 편집부가 덧붙인 것이다. (번역 : 박재이)




[필자소개] 하야시 토모히로(林 智裕)는 1979년생 프리랜서 기자다. 이와키(いわき) 시 출신으로, 후쿠시마 시에서 성장했다. 언론사 ‘시노도스(SYNODOS)’의 ‘후쿠시마 관련 루머를 박멸하자!(福島関連デマを撲滅する!)’ 프로젝트 창립 멤버 중 한 사람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도감(福島第一原発廃炉図鑑)’(가이누마 히로시(開沼 博) 편저, 오타슈판(太田出版))에서 공저자로 루머 검증 칼럼을 집필했다. 그 외에 ‘시노도스’와 ‘후쿠시마 TRIP’ 등에서 부정기적으로 공동 연재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온라인’, ‘웨지(Wedge)’ 등에서도 기사를 송고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그리고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오늘(2018년 3월 11일)로 7년이 지났다. 그러나 원전 주변의 지자체로 주민들의 귀환이 결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또 후쿠시마에 대한 일본 국민의 편견도 여전히 달라지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에 거주하는 기자 하야시 토모히로(林 智裕) 씨가 지금 우리들이 해야 하는 ‘정보 업데이트’에 대해서 호소한다.


‘피폭은 다음 세대에도 영향을 준다’는 위험한 오해

원전 사고를 둘러싸고 지난 7년 동안 수많은 언설이 이리저리 퍼졌다. 그런데 ‘방사능’의 영향은 실제로 어떠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후쿠시마에서는 방사선 피폭 자체를 원인으로 한 건강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주민이 실제로 입은 피폭량은 내, 외부 모두 전 세계의 일반적인 지역과 비교해도 ‘높지 않다’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이 이미 다양한 실측 데이터로 밝혀졌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결과론이며 불행 중 다행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이러한 사실은 2014년부터 UNSCEAR(UN과학위원회)이 여러 번 발표한 보고서와 백서 등을 비롯해 수많은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하고 있다.

이 UN과학위원회의 보고서 내용은 일본의 다양한 보도기관이 반복적으로 암시한 ‘원전 사고를 원인으로 하는 갑상선암의 다량 발생’을 명확히 부정하고 있다. 그토록 크게 여러 번 보도되어 ‘논란’를 일으킨 문제에 대해서 과학계의 최종 결론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적인 근거가 제시된 것이다.

그런데 작년인 2017년 가을에 공표한 미쓰비시종합연구소(三菱総合研究所)의 조사에 따르면, ‘후쿠시마에서의 피폭으로 건강 피해가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약 50%에 달했다. ‘피폭은 다음 세대 이후의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도 역시 약 50%에 달했다. (三菱総合研究所, 東京五輪を迎えるにあたり、福島県の復興状況や放射線の健康影響に対する認識をあらためて確かにすることが必要(その1))


거듭 말하지만 후쿠시마에서는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원인으로 하는, 건강에 영향을 주는 양의 피폭을 당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뿐만 아니라 원래 ‘피폭은 다음 세대 이후의 사람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번 지진재해 바로 이전은커녕 일찍이 70년이 넘는 과거에 투하된 원폭의 영향 조사로도 판명된 바 있다.

이 조사에서는 동시에 대지진 복구 상황에 관한 정보를 얻는 매체(도쿄도(東京都)에서 조사)로 ‘텔레비전과 라디오’가 49.0%로 압도적 1위, 그리고 신문과 잡지가 2위였으며 기타 매체에 압도적인 차이를 보인 점에서 그 강력한 영향력을 이해할 수 있다.(三菱総合研究所, 東京五輪を迎えるにあたり、福島県の復興状況や放射線の健康影響に対する認識をあらためて確かにすることが必要(その2))


‘후쿠시마는 위험하다’고 암시하는 보도가 속출

그렇다면 이러한 큰 영향력이 있는 미디어는 지금까지 후쿠시마의 상황을 어떻게 전했을까?

예를 들면 앞서 말한 UN과학위원회의 2017년 보고서를 보도한 미디어는 요미우리신문 후쿠시마판과 지역 신문뿐이며 전국지나 텔레비전에서는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테레비아사히(テレビ朝日) 계열 ‘보도 스테이션(報道ステーション)’은 ‘후쿠시마에서 피폭의 영향으로 갑상선암이 많이 발생했다’는 식의 잘못된 보도를 반복했다.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2014년에는 일본 환경성에서 ‘최근 갑상선 검사를 둘러싼 보도에 관하여(最近の甲状腺検査をめぐる報道について)’라는 제목으로 이례적인 주의 정보를 발신해야만 했다.(環境省, 保健・化学物質対策, 最近の甲状腺検査をめぐる報道について, 平成26年3月, 環境省総合環境政策局環境保健部)



테레비아사히는 작년 여름에 전국으로 방송한 프로그램에도 처음에 ‘비키니 사건 63년째의 진실 ~후쿠시마의 미래 예상도(ビキニ事件63年目の真実~フクシマの未来予想図)’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리고 예고에서 비키니 환초의 주민을 취재한 후 “제염 작업이 끝났다는 미국의 지시에 따라 섬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 후 갑상선암과 유방암 등에 걸리는 섬 주민들이 잇따랐으며, 여성은 유산과 사산이 이어졌다고 한다. 몸에 이상이 있는 아이가 태어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왜 테레비아사히는 이런 프로그램에 ‘후쿠시마의 미래 예상도’리는 제목을 붙였을까? 당연히 후쿠시마현의 피난 지정이 해제된 지역에서는 비키니 환초의 경우처럼 건강 피해가 나올 정도의 피폭을 당할 위험은 없다.

그런 사실을 무시하고 이런 제목을 붙인 배경은 무엇일까? 피난 지시 해제에 따라 후쿠시마로 ‘귀환’이 진행 중인 사실을 외면하고서 ‘정부를 믿고 돌아가면 너희들도 이런 운명이 된다’고 암시하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문맥에서 ‘후쿠시마의 미래 예상도’라는 제목을 붙일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2017년 8월 10일 기사 ‘[겐다이비즈니스] 테레비아사히 ‘비키니 사건과 후쿠시마’ 방송을 검증한다’(한국어 번역)를 참조하기 바란다).

또한 NHK는 작년 10월 3일 원전 생업 소송을 다룬 프로그램 ‘NHK 클로즈업 현대+ ‘전국 최대의 원전 소송 책임은 누구에게?’(NHKクローズアップ現代+「全国最大の“原発訴訟”責任は誰に?)’에서 지진 재해 이후 후쿠시마현에 머물렀던 아이가 갑상선 검사에서 3밀리미터의 낭포가 발견되어 ‘A2’ 판정을 받은 사실을 전하면서 “(원전 사고와의) 인과관계는 확실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부모로서 잘못 판단하지 않았는지 지금도 후회한다”는 부모의 말을 아무런 주석도 달지 않고 방송했다.

물론 당사자가 된 사람의 불안감은 헤아리고도 남는다. 이런 심정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 자체도 원전 사고의 큰 피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부모에게 이렇게까지 강한 ‘후회의 말’을 하게 한 가장 큰 원인이 원전 사고라고 말해버리면 그만인 것일까?

프로그램을 방송한 시점보다 훨씬 전부터 후쿠시마 현민의 갑상선에서 발견한 낭포와 피폭의 인과관계는 수많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부정된 바 있다. 애초에 ‘A2’라는 판정은 기존 검사에서는 ‘이상 없음’으로 규정해왔던 수준의 것이다. 이러한 정보는 당사자에게 제대로 전해졌을까?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악화할 가능성도 매우 낮은 단순 ‘이상 있음’과 같은 인체상 문제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많든 적든 갖고 있다. 전례 없이 검사 대상을 확대해서 지금까지는 시비가 되지 않았던 그런 ‘이상 있음’까지 대량으로 찾아내서 밝히는 일은 당사자의 심신에 주는 악영향을 오히려 키울 수도 있다.

긍정적인 뉴스는 보도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갑상선암은 ‘암’이라고는 해도 이런 경향이 강한 질환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지나친 진단의 폐해가 강력하게 문제시 되고 있다(참고 기사 : ‘후쿠시마에서 발생하는 갑상선암을 둘러싼 논쟁을 생각한다 – 후쿠시마의 아이들을 정말로 지키기 위해서(「福島における甲状腺がんをめぐる議論を考える――福島の子どもをほんとうに守るために」)’, 핫토리 미사키(服部美咲)/프리랜서 기자). 



무엇보다 그러한 피폭으로 발생하는 위험을 논의하기 전에 앞에서 말한 대로 후쿠시마에서는 외부와 내부 모두 애초에 논의의 전제인 ‘우려되는 양의 피폭을 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 명백한 이상 후쿠시마에 머무르겠다는 판단이 ‘잘못됐다’고 하는 일은 절대로 없다.

그런 객관적인 사실이나 검사의 배경과 같은 주석도 달지 않고서, 일반인들의 우려섞인 말을 그냥 그대로 방송해버리면 ‘후쿠시마에 머무른 탓에 대량으로 피폭 당해서 몸에 이변이 일어났다. 피난시키지 않은 부모로서 잘못 판단했다’는 잘못된 메시지만 마치 사실인 것처럼 확산될 수 있다.

게다가, 달리 봤을 때, 애초 ‘프로그램 측이 당사자의 불안을 조장해서 그런 부정적인 말을 노리고 취재하러 간 것이 아닐까’라고도 의심받지 않을까?

갑상선암을 둘러싸고 테레비아사히의 보도 스테이션이나 NHK 외에, 또한 마이니치신문 등에서도 UN과학위원회 보고서를 집필 기사로는 전혀 알리지 않는 한편 ‘갑상선암이 새롭게 ○×명!’이라는 식의 선정적인 논조로 보도를 해왔다. 이렇게 전달하면 마찬가지로 ‘후쿠시마에서는 피폭으로 갑상선암이 늘고 있다’는 오해가 퍼지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毎日新聞, 2017年 10月 23日, 甲状腺がん、新たに2人 健康調査)


이런 것은 빙산의 일각이며 이러한 ‘암시 보도’는 그 밖에도 각종 미디어에서 반복되어 왔다.

언론기관에서는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나 ‘정보’를 독자들에게 일부러 전하지 않아서 피해자를 굳이 불안에 빠뜨리고, 그러한 불안에 사로잡힌 피해자들에게 언론기관이 다시 자의적으로 말을 이끌어내서 확산시키는 행위는 공정한 보도가 아닌 ‘부당한 이익 추구’라고 해야 할 것이다.

특히 NHK와 같은 공영 방송까지도 그런 행위에 가담했다고 하면 중대한 사태다.

한편, 예를 들면 후쿠시마에서 생산한 쌀의 전량 검사 결과와 같은 긍정적인 뉴스는 전국 뉴스에서는 거의 보도되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산의 모든 쌀이 방사능 기준치 미만을 충족한데다가, 99.99%가 검출 한계값에 달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제대로 전해지기는커녕 애초에 이런 검사 결과의 존재조차 국민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는 조사도 있다.

이런 식으로 후쿠시마에 대한 부정적인 소식만 전하는 자의적인 보도가 거듭되었기에 ‘후쿠시마에서는 장래에 피폭 때문에 건강 피해가 발생한다’는 오해가 절반에 달했다는 서두의 조사 결과로 이어졌을 것이다.

후쿠시마의 ‘건강 피해’ 실정

한편, 후쿠시마에서의 건강 피해 자체는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피폭 때문이 아니라 ‘피난에 따른 생활 기반 및 커뮤니티의 상실’이 주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피난처에서 주거 환경 변화에 따른 생활습관병과 우울증, 자살 증가 등도 보인다. 후쿠시마 현에서는 이러한 ‘지진 재해 관련 사망’이 다른 현에 비해 독보적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다.(復興庁, 東日本大震災における震災関連死の死者数)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이는 즉 ‘(피난을 하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피난을 하는 것에도 큰 위험이 있었다’, ‘피폭 때문에 죽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지만 온갖 요인으로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했다거나 또는 결론이 계속 보류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게 됐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지진 재해 당시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었던 면도 많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것은 그래도 무려 7년이 지난 이후에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이다.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으면 위험을 정확하게 비교하기 위한 ‘근거’가 사라져서, 사망자를 포함한 희생이 확대된다.

예를 들면 원전 사고 후에 전문가들이 자주 했던 말인 “저선량 피폭의 영향은 아직 알 수 없다”는 식의 ‘위협 문구’의 진짜 의미는, “어떤 영향이 있을지 미지수”라는 의미가 아니다. 이는 사실은 “저선량 피폭으로 생기는 영향은 너무 작아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른 여러 가지 위험 요인과 구별하여 생각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러나 그 말을 오해하거나 자의적으로 왜곡해서 저선량 피폭의 위험을 ‘정체불명의 거대한 위험’인 것처럼 선전했다. 그 때문에 수많은 지진 피해자가 정상적으로 위험을 판단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위험이 더 큰 선택을 하는 사례도 있었다.

지진 재해 직후에는 확실히 모르는 것도 많았다. 하지만 7년 동안 밝혀진 것도 많고 피해 지역이 직면한 문제도 시간의 경과와 함께 변화했다.

지금까지도 정보를 업데이트하지 않고 “방사선이 초래하는 악영향의 전모는 아직 모른다”, “예방 원칙이 중요하니까 만약을 위해서 행동하라”, “양론(両論)을 함께 적어서 폭넓고 신중하게 논의하자”, “경종을 울렸을 뿐이다. 모든 일에 문제 제기는 필요하다”, “소박한 불안에 다가가라”, “각자의 모든 판단은 옳다. 다양한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지진 재해 직후와 똑같은 말을 계속 하는 것은 아무리 중립적, 이성적이라고 하는 성실한 태도와 선의에서 우러나온 말이라고 해도 현재로는 이미 역효과다.

이러한 언설은 이미 오래 전에 부정당한 루머를 유지하기 위한 구실로 쓰이거나, 재해를 입은 사람들의 생활 재건을 위한 정책 합의를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는 등 피해를 한층 더 확대시키는 족쇄가 되었다.

후쿠시마에 관한 정보가 좀처럼 ‘업데이트’되지 않는 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제를 ‘끝낸다’는 관점

예를 들면 갑상선 검사의 경우 앞에서 설명했듯이 후쿠시마에서는 실제 피폭량이 매우 적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졌다. UNSCEAR(UN과학위원회)도 “피폭의 영향으로 갑상선암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으며 현재로선 오히려 ‘검사의 확대’에 따른 피해도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도 갑상선암에 관해 정확히 보도하지도 않고, 또 검사의 단점을 당사자에게 충분히 주지시키지도 않은 채 현재도 검사를 계속하고 있으며 언젠가 중단하겠다는 예정도 없다.

이러는 동안 검사를 받는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는 큰 부담이 가해진다. 이런 식의 무분별한 검사는 1964년에 제정된 ‘헬싱키 선언(Declaration of Helsinki, ヘルシンキ宣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의학 연구의 윤리적 원칙)을 위반한다는 지적도 있으며, 이제는 후쿠시마의 아이들에 대한 심각한 인권 침해 문제로 발전했다. 누가, 언제, 어떻게, 이 상황을 끝낼 수 있을까?

지금까지 펼쳐진 논쟁에서는 ‘논쟁이 지연되고 있는데, 그에 따른 비용을 내는 사람은 누구인가’, ‘논쟁은 애초에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하는 것인가’, ‘그 논쟁은 결국 무엇을 희생해서 무엇을 돕는가’라는 관점은 빠져 있었다. 이런 문제가 지진 재해로부터 7년 동안의 희생을 더 키웠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사실관계가 밝혀진 문제, 그리고 대체로 결론이 난 문제에 대한 논의는 반드시 적절하게 끝을 내야만 한다.

일본이 민주주의 국가인 이상, 분쟁 중인 관계자는 자신이야말로 ‘관계자’이기 때문에 사적인 감정을 버리고 그런 식의 의사결정에는 관여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후쿠시마의 정보를 제대로 업데이트해서 여론이 달라져야만 바꿀 수 있는 것이 있다.

‘후쿠시마 현민에 대한 차별’을 인정한다고 해서 좋을 리가 없다

또 정확한 정보를 전하지 않아서 생기는 편견과 차별, 그에 따른 스트레스와 스티그마(부정적인 낙인)도 심각한 문제다. 2017년 8월 아사히신문에서는 후쿠시마 현에 사는 고등학생이 보낸 글을 실었다. (朝日新聞, 2017年8月7日, ‘(声)原発の苦しみは福島だけでいい’)

“후쿠시마 사람들은 방사능에 시달려왔다. 자살한 사람, 현 바깥으로 전학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아이. 우리만 고통을 겪으면 된다. (중략) 차별받더라도 이를 넘어서서 성장하기 위한 ‘후쿠시마’다.”


이를 보면 지진 재해를 경험한 아이들이 ‘후쿠시마에서 태어난 나는 차별받는 게 당연하다’며 포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글에도 나와 있듯이 지진 재해 후에 후쿠시마로부터 피난을 한 아이나 진학 때문에 현 바깥으로 나간 아이가 피난을 한 곳에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차별받는 사건도 잇따랐다.

이러한 차별이 표면상으로는 서서히 진정된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단지 많은 사람들이 무관심하거나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방사선의 영향이 다음 세대에도 미친다’는 잘못된 억측을 내버려 두면 예를 들어 향후에 ‘가족이나 친척이 후쿠시마 출신인 사람과 결혼한다’는 국면에서는 억측과 오해로 트러블이 생길 위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는 전쟁 후 피폭자에 대한 결혼 차별이 일어났다. 이러한 잘못을 반복한다면, 전쟁 후 ‘유일한 피폭 국가’를 하나의 정체성처럼 말해온 일본은 70년이 넘는 동안 도대체 무엇을 배웠다는 말인가?

부적절한 언설이나 루머가 난무하면 피해자에게 잘못된 각인, 스티그마를 짊어지게 할 위험이 높다. 미래에 미치는 심각한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경우엔 나중에 웃고 지나가면 되잖아”라고 절대로 말하지 못한다.

‘헛소문’의 상처는 무겁고 깊다

후쿠시마 현에서는 지금도 190만 명에 가까운 현민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2017년에는 햅쌀로 담근 일본술 감평회에서 5년 연속으로 금상을 수상하며 후쿠시마 현은 금상 수상 횟수 1위를 차지했다. 명산품인 복숭아는 동남아시아용으로 지진 재해 이전을 뛰어넘는 기세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지진이 일어난 해에 데뷔했던 후쿠시마현 오리지널 품종인 쌀 ‘덴노쓰부(天のつぶ, 하늘의 알갱이)’는 높은 품질과 쌀알이 크고 단단하다는 특징으로 수출처인 중동 등에서 ‘얼티미트 스시 라이스(Ultimate Sushi Rice, 궁극의 초밥쌀)’라며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일본이 EU와 체결한 경제동반자협정(EPA)에서 협상을 하는 가운데 상대측인 EU측의 장 끌로드 융켈((Jean-Claude Juncker) 위원장은 일부러 후쿠시마 농작물에 대해 언급하며 그 안전성을 칭찬하기도 했다. 그 후 EU에서도 후쿠시마산 쌀에 대한 수입 규제가 철폐됐다고 후쿠시마 현에서는 크게 보도가 됐다. 일본 전국 미디어에서는 EPA 협상에 관해선 ‘와인과 치즈가 저렴해진다’는 식 헤드라인을 내세운 보도만 눈에 띄었는데, 여러분은 EU가 후쿠시마산 쌀에 대한 수입 규제를 철폐했다는 사실은 들어본 적이 있는가?

2015년 2월에는 영국의 윌리엄 왕자가 후쿠시마 현을 방문해 현지의 온천 료칸에서 묵으며 후쿠시마 현에서 생산한 식재료가 가득한 식사를 즐겼다. 프랑스대사관에서는 해마다 ‘프랑스, 후쿠시마 미식의 밤’이라고 하는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사용한 프랑스 요리 만찬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한 비행기 경주인 레드불 에어 레이스 월드 챔피언십(Red Bull Air Race World Championship)에서 작년에 아시아인 최초로 시즌 우승을 한 무로야 요시히데(室屋義秀) 씨는 후쿠시마 시에 거주하며 시내의 ‘후쿠시마 스카이파크(ふくしまスカイパーク)’를 거점으로 한다. 얼마 전에는 후쿠시마 시내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축복을 받으며 우승 퍼레이드가 열렸다.

‘후쿠시마에서는 약 한 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도쿄도의 도민도 ‘후쿠시마에 살면 장래에 건강 피해가 나타난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 50%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더구나 이것이 2017년에 공표한 내용이라는 점까지 포함하면, 이는 마음을 매우 무겁게 하는 일이다.

이 조사 결과는 ‘그 정도의 오해와 오보, 편견, 루머가 난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에 이것을 두고 그저 시간의 경과로 퇴색되기만을 기다려서는, 잘못된 인식이 그대로 정착하게 되어서 편견과 차별의 온상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러한 원인 중 하나인 ‘후쿠시마에 관한 헛소문’을 퍼뜨려온 ‘전문가’들에 대해선 우리 사회는 조금도 책임을 묻고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지금도 텔레비전이나 신문의 취재, 강연회 등으로 매우 바쁘다.

유명인은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를테면 원전 사고로부터 7년이 지난 올해 1월에도 히로세 다카시(広瀬隆) 씨의 강연회를 쓰치우라(土浦) 시와 쓰쿠바(つくば) 시, 또한 두 도시의 교육위원회가 후원했다(「日本列島の全原発が危ない!」講演会を自治体が後援)

히로세 다카시 씨가 누구인가. 그는 ‘도쿄가 괴멸하는 날 – 후쿠시마와 일본의 운명(東京が壊滅する日――フクシマと日本の運命)’이라는 책을 2015년에 출판하며 ‘제한 시간은 1년밖에 안 남았다’고 헛소문을 퍼뜨린 인물이다.



끊임없이 반복된 언론기관의 ‘암시 보도’뿐만 아니라 정치가나 대학교수와 같은 지식인, 유명인 등을 통한 오해의 확산도 비일비재했다. 이런 행동에 대한 사과와 정정은 아직까지도 거의 볼 수 없다.

일본 국내에서도 이런 루머와 편견은 그저 방치되고 있다. 해외에 갔을 때 ‘후쿠시마’라는 편견만 있다면 그나마 낫다. 이런 식으로 계속 가다간 향후 일본인 전체가 ‘피폭당한 국민이다’라며 차별의 시선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2017년 3월에는 ‘방사능 루머’ 때문에 한국 제주항공이 후쿠시마 공항에서 발착하는 전세기편을 취소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福島空港発のチャーター便がキャンセル)

한 번 퍼진 오해를 일본 전체가 이해관계를 넘어 협력해서 적극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이런 활동의 일환으로 Fact check 후쿠시마(http://fukushima.factcheck.site)라는 사이트를 개설했다. 여러분의 많은 지원을 바란다.)

이미 세대를 뛰어넘어서 이뤄져야 할 일로 확정된 후쿠시마 제1원전의 폐로 작업뿐만 아니라 부당한 차별과 편견까지 다음 세대에 남길 수는 없다. 우리 세대에는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남아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일본 사회와 우리 세대가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대하고 다음 세대에 무엇을 이어갈 것인지 다시 한번 강력하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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