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강용석 | 필자는 명예로운 대한민국 공군 대위 출신이다. 현역 시절 군 법무관으로서 비록 현장 지휘 경험은 없었지만, 전역 후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군의 발전을 항상 응원했다. 특히 자녀들에게 “병역은 자랑스러운 의무”라고 가르치며, 벌써 두 명의 병장 만기전역 예비역을 키워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 들어 우리 군에 실망을 넘어 부끄러움마저 느끼게 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다름 아닌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있다. 안 장관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논란이 일었다. 이미 군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알고 있듯이 대한민국 역사상, 아니 아마도 세계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방위출신’의 장관 인사기 때문이다. 대체 그가 작전 지휘 경험은 고사하고, 군의 기본 전술 체계나 보안, 심지어 어느 부대가 어디에 위치해 어떤 임무를 맡는지 알고 있긴 한지 당연히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인사청문회 당시 여당 측에서는 그가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경험이 있기에 전문성에 문제가 없다고 옹호했다. 그런데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전시에 전군을 지휘해야 하는 국방부 장관직에 방위출신 민간인을 앉힌단 말인가. 아마도 북한 김정은이 인민군 참모들과 함께 이 꼴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우리 군을 우습게 알고, 전투력 저하가 뻔하다며 비웃고 있을까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런 숱한 논란과 반발 속에서도 안 장관은 꾸역꾸역 취임 1주년 길목에 있다. 그런데 그에게 최근 새삼 또 다른 잡음이 튀어나오고 있다. 바로 그의 방위 시절 탈영 의혹 때문이다. 사실 해당 의혹은 그의 인사청문에 때도 크게 거론된 바 있다. 하지만 안 장관은 자신이 탈영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자신이 병무 행정 착오의 피해자라고 반발하면서 관련 의혹은 한동안 잠잠했다. 그런데 이달 6일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청렴사회를 위한 공익신고센터장)의 국회 기자회견이 다시 안 장관의 탈영 의혹을 재점화했다. 김 소장은 해군 예비역 장교(소령) 출신으로, 현역 시절 계룡대 근무지원단의 군납비리를 폭로해 관련자들의 처벌에 공을 세운 정의로운 군인으로 알려져 있다. 김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안 장관의 탈영 의혹이 사실이라고 확신한다며, 그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증한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지난달 27일 안 장관을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김 소장에 따르면, 안 장관은 지난 1983년 11월 5일부터 방위병으로 소집돼 1985년 8월 31일까지 총 22개월 동안 육군 제35사단 전북 고창군 대산면 중에서 복무했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방위병 복무 기간은 14개월로, 정상적으로 복무했다면 1985년 1월 4일 군 생활을 마쳤어야 한다. 하지만 병무 기록상 복무 기간이 무려 8개월(240일)이나 더 연장된 것이다. 이에 김 소장은 안 장관이 방위병 복무 중 위법적인 방법으로 소속 부대장의 동의를 받아 약 7개월간 무단 군무이탈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군무이탈 사실이 확인돼 소속 헌병대에 체포돼 구금 30일과 군무이탈 기간 약 7개월을 포함해 약 8개월간 추가 복무한 후 1985년 8월 31일 소집이 해제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이 안 장관의 병적자료에 기재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인사청문회 당시 군무이탈 및 구금 사실이 전혀 없는 동시에 병적기록에 오류가 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고 김 소장은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허위 사실이라면 어떤 처벌도 받겠다”며 안 장관이 떳떳하다면 자신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안 장관은 국방부 대변인을 통해 기존의 “정상복무”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안 장관이 1985년 1월 4일 소집 해제된 게 사실이라면서도, 당시 그의 모친이 약 2~3주간 부대에 점심을 제공했는데 이와 관련해 상부에 투서가 올라갔고, 기무사 또는 헌병대에서 3~4차례 불려가 조사받았다고 주장했다. 그 후 안 장관은 소집해제 후 1985년 3월에 3학년 1학기에 복학했는데, 그해 6월 부대로부터 연락이 와 “투서에 대한 조사 기간 중 3일이 복무 기간에 포함되지 않았고 이를 채워야 한다”는 취지의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그해 8월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해 그 부족한 복무 기간인 3일 더 근무했고, 이를 마친 날짜가 1985년 8월 31일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추가 복무를 한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탈영 때문은 아니었고, 한차례 소집 해제된 뒤 다시 추가 복무를 하게 되면서 그 마지막 복무 시점(1985년 8월 31일)이 전역일로 기재됐다는 주장이다. 국방부는 안 장관의 병적기록에 1985년 1월 소집해제 일자와 같은 해 재소집 및 소집해제 일자가 모두 기록돼 있다면서, 김 소장이 병적증명서에 1985년 8월 소집해제만 기재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안 장관 본인도 지난해 7월 25일 인사청문회에서 직접 이같이 발언한 바 있다. 하지만 김 소장은 그 당시 기무사든 헌병이든 어떤 군 기관의 조사라도 그 기간은 복무 일수에서 배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군 시절 법무관으로 복무한 필자의 기억과도 일치한다. 병사의 탈영 또는 구금(영창) 기간은 군 복무 일수에 포함하지 않았지만, 법무관이나 헌병 등으로부터 조사받는 기간까지 복무일에서 배제한다는 건 금시초문이다. 무엇보다 안 장관의 말대로 의무 복무 일수가 부족한 상태에서 병의 전역이 이뤄졌다면, 이는 군의 행정상 착오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다면 당시 이런 착오를 일으킨 부대장 등이 책임을 질 일이지, 이제 민간인이 된 예비역에 다시 군에 돌아와 복무 일수를 채우라고 할 권한도 없고, 이를 실제로 이행했다는 사람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군에서 인사, 행정, 법무 영역 아니면 헌병으로 일해봤다면,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데 다들 공감할 것이다. 이에 김 소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측에서는 “떳떳하면 안 장관의 병적기록부를 공개하면 될 것 아닌가”라고 받아쳤다. 국방부 측에서는 이러한 병적기록부 공개 요구에 “40년 전 잘못된 기록을 공개하면 오해를 키울 수 있다”며 안 장관이 퇴임하면 해당 병적기록을 정정하겠다고 밝혔다. 오해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병적기록부를 공개하는 게 옳지 않은가. 자신들이 확인한 병적기록부 내용에 착오가 없다면,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이를 국민들에 공개하는 게 지금과 같이 분란을 잠재우는 일이 아니겠는가. 오히려 퇴임 후 병적기록을 정정하겠다는 발언에 “은폐 뒤 증거인멸”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김 소장은 안 장관에 대한 고발에 앞서 그의 병적자료에 ‘구금(30일)’이라고 기재돼 있다는 제보를 여권 관계자로부터 듣고, 이에 대한 사실확인에 나섰다고 한다. 직접 안 장관의 고향 지인들을 만나 여러 취재를 거치고 관련 증언 및 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소장은 고발장에서 안 장관의 고향 지인 등의 증언을 토대로, 당시 대산면 중대장이 모종의 이유로 안 장관이 수개월 간 복무 중 사실상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특혜를 줬으며, 이런 사실을 그때 대산면 주민 상당수가 인지하고 있었다고 적시했다. 김 소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리 군은 방위 출신에 더해 탈영병 출신을 국방부 장관으로 두고 있는 셈이다. 김 소장은 사실이 아니라면 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안 장관은 이에 대해 어떤 법적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필자가 화가 나고 부끄러운 건 안 장관뿐만이 아니다. 지금 군에 남아 있는 장성급 장교들에 분노가 치밀 정도다. 군 내에서 조사 기간에 대한 복무 기간 산입과 군의 착오로 인한 복무 일수 미충족 문제를 전역자가 책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20~30년 장교로 군대 밥을 먹은 당신들이라면 모를 수가 없지 않은가. 평소 부대 내에서는 마치 세상 다 가진 것처럼, 한 손에 지휘봉을 들고 뒷짐 지며 아래 장교들과 병사들에 이래라저래라 호령하면서, 국방부 장관에 “병적기록 공개하라” “군의 사기를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의혹 해소에 나서달라”고 왜 당당히 한마디 말 못하는가.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을 왜 일개 민간 센터의 예비역이 그리고 우리 언론이 하게 만드는 것인가. 혹시라도 조금이라도 모나게 행동해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에 찍힌다면 별 하나 더 다는데 지장이라도 생길까 그런 것인가. 그렇다면 자신을 군 장성이라 하지 말고, 군복 입은 직장인이라고 하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 더 이상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군인이었던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군인은 적과의 전투에서 질 수 있어도, 숨거나 비겁해지는 건 치욕을 넘어 이미 전사한 것과 마찬가지다.
2026-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