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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태블릿PC 1심판결 비판하는 학술논문 나왔다

6일 한국정보법학회 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태블릿PC 의혹보도 판결, 명확한 근거나 논리 없이 언론인을 형사 처벌”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

현직 언론인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태블릿PC 1심 판결에 대한 학술적 비판 논문이 나왔다. 지난 2018년 6월 경, JTBC의 태블릿PC 보도는 시청자의 이성보다는 정서를 자극한 보도였다고 간접 비판한 석사 학위논문이 나온 적 있으나, 태블릿PC 사건의 본질을 정면으로 다룬 논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의선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최근 국내 한 학술지에 ‘진실 오신의 상당성 관점에서 본 언론인 대상 명예훼손 사건의 형사적 규율에 관한 고찰’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논문 부제는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 판결’과 ‘미디어워치 태블릿PC 의혹 보도 판결’을 중심으로’이다. (참고: 논문 전문보기 및 다운로드)

이 논문은 지난 6일자 정보법학 제23권 제3호에 게재됐다. 정보법학은 1996년 창립한 한국정보법학회에서 펴내는 KCI 등재지다. 한국정보법학회는 교수와 판사, 검사, 변호사 등 언론 및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 권위 있는 학회다. 



태블릿재판 1심 판사, 언론의 자유 중시 기조 뒤집었다

유 교수가 말하는 ‘진실 오신(誤信)의 상당성’이란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를 뜻한다. 이는 형법상 명예훼손 조각사유(阻却事由)에 해당한다. 피고인의 주장이 나중에 허위사실로 드러나더라도, 만약 주장할 당시에 그게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었다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유 교수는 서두에서 “본 논문에서는 언론인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죄 소송에서 형법상 명예훼손 조각사유인 진실성과 공익성 외, 사회상규로 인정되는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어떻게 실제 판결에서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교적 최근에 내려진 언론인을 상대로 한 두 명예훼손 형사 판결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 판결’과 ‘미디어워치 태블릿PC의혹 보도 판결’을 비교 분석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학술적인 비교분석 결과, 법원은 광우병 보도와 태블릿PC 의혹보도에 각기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는 게 유 교수의 결론이다. 법원은 꾸준히 언론표현의 자유에 무게를 싣는 판결을 해왔는데, 태블릿PC 1심 재판부가 이러한 기조를 뒤집어 버렸다는 지적이다. 

유 교수는 “광우병 보도 판결에서는 비록 일부 보도 내용이나 관련 자료에서 허위사실이나 비방의 의도가 드러났음에도, 형사상 무죄로 판단하였다”고 언급했다. 당시 법원은 “(광우병) 보도 자체에 공익적 목적이 있었고, 보도 내용이 허위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피해자의 명예를 해하는 것이 보도의 본래 취지는 아니었다고 봤다”고 판시했다. 

반면, “태블릿PC 의혹 보도 판결은, 다투는 사실의 진실 여부는 차치하고, 경험칙과 논리칙상 피고 측의 보도에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성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탄핵하는 명확한 근거나 논리 없이 언론인을 형사 처벌했다”고 유 교수는 지적했다. 이어 “이는 기존 우리 법원의 판례 태도에서 일탈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유 교수는 이 논문에서 ‘태블릿PC가 최서원의 것인지 아닌지’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학자로서, 오직 객관적인 기준으로 ‘MBC 광우병 보도’와 ‘미디어워치 태블릿PC 의혹보도’에 대하여 법원이 ‘진실 오신의 상당성’ 법리를 각기 어떻게 적용했는지만 비교·분석했다.



선진국은 모두 명예훼손 형사처벌 없앴거나 유명무실

우선, 유 교수는 언론인에 대한 명예훼손 형사소송이 빈발하는 국내 분위기는 세계 선진국의 추세와는 반대라고 밝혔다. 

유 교수는 미국의 ‘뉴욕타임즈 대 설리번(Sullivan)’ 사건에 대해 “언론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사건을 보통법(common law) 차원의 단순 민사상 불법행위(torts)로 취급하기보다 언론표현의 자유와 연계된 헌법적 차원에서 다루도록 한 기념비적 판결”이라고 소개했다. 

‘설리번 판결’ 이후 몇 차례의 판례가 더해져 현재 미국은 “언론 보도가 공인이나 공적 이슈를 다루고 있는 한,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 입증이 안 되면 형사 처벌은 물론이고 징벌적 배상도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유 교수는 “영국에서는 최근 명예훼손법을 개정하여 사인 간 명예훼손죄를 완전 폐지했다”면서 “형벌의 남용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위축 효과가 염려된다는 이유에서다”고 전했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일부 국가는 아직 명예훼손죄를 형법 조항에 두고 있으나 유명무실하다. 유 교수는 “우리와 형사법 체계가 유사한 독일의 경우, 발화된 사실이 ‘진실한 사실’일 경우 ‘공익적 요소가 부재한 내밀적 영역 침해가 아닌 한’ 형사 처벌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향도 뚜렷하다. 유 교수는 “일본도 과거 명예훼손과 관련하여 인격권 보호를 우위에 둔 입장을 취하며 위법성 조각사유의 인정 범위를 좁게 보았던 입장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점차로 위법성 조각사유를 확대하여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선진국의 사례를 검토한 결과 유 교수는 “종합해 보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언론인을 상대로 한 진실 적시 (또는 ‘진실 오신 상당성’) 명예훼손죄 적용은 거의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표현의자유 중시 경향, ‘광우병 보도’ 때도 적용

우리나라도 태블릿PC 의혹보도 판결(1심) 이전까지는 명예훼손죄로 처벌보다는 언론의 자유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유 교수는 “우리 법원은 최근까지는 그에 준하는 논리를 꾸준히 발전시키고 언론에 적용해 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유 교수는 “언론인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에 있어서 우리 법원은 그간 언론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일관된 판례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위와 같은 논지를 펼친 뒤, 논문의 마지막 4장에서 광우병 보도와 태블릿 의혹보도를 비교 분석했다. 그는 “광우병 보도 사건은 형사상 무죄 판결을 받았고, 태블릿PC 의혹 보도 사건은 명예훼손죄가 인정되어 1심에서 징역형 등이 내려졌다”면서 “진실 오신 상당성 관점에서 두 사건의 유·무죄를 가른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MBC 광우병 보도 사건은 2008년 ‘PD수첩’이 “일부 허위사실을 제시하고 인터뷰 내용을 의도적으로 오역 또는 생략하여 사실을 왜곡함으로써 당시 공직자인 정운천 농수산부장관, 민동석 통상 책임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혐의로 검찰이 담당 PD와 작가 등을 기소한 사건”이라고 유 교수는 정리했다. 관련자 조능희 CP를 비롯한 7명은 불구속 기소됐고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한국인의 유전자형과 인간광우병 발병위험성 부분, 주저앉은 소와 광우병 부분,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 등 핵심쟁점 3가지를 허위로 인정했다. 하지만 최종 판단은 무죄였다. 

유 교수에 따르면 법원은 “(광우병) 보도 내용 중 일부가 객관적 사실과 다른 ‘허위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사건 보도가 정부 정책에 관한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공공성을 지닌 사안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쉽게 말해서 법원은 “공공의 관심사안으로서 공직자인 피해 당사자에 대한 ‘비방의 목적’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 결정을 내렸으나, 정확한 보도는 아니다”고 결론지었던 셈이다.



태블릿PC 재판 1심 판사, 기존 판례에서 ‘이탈’

이처럼 ‘표현의 자유’를 더욱 중시해온 판례는 태블릿PC 재판에서 갑자기 뒤집혀 버렸다. 태블릿PC 의혹보도는 명백히 ‘공공의 관심사’이며 ‘공인’에 대한 보도였음에도 1심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태블릿재판 1심은 박주영(46세·33기)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13부 부장판사 맡았다. 박 판사는 현재 부산지법 부장판사로 좌파성향 판사들의 사조직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유 교수는 “명예훼손 피해자가 국내여론에 대한 영향력이 큰 주요 종합편성채널의 보도 부문 사장과 그 소속 기자라는 점에서 이들을 ‘공인’으로 분류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고 짚었다. 또 “이 사건의 쟁점 사안이 대통령 탄핵의 소위 ‘스모킹건’으로 작용했다고 평가받는 태블릿PC 보도의 진위에 대한 의혹제기라는 점에서 공적 관심사를 다룬 보도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이러한 점을 놓고 볼 때, 이 사건 보도가 형법 제310조 위법성 조각의 두 요건 중 하나인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는 요건을 만족시킨다고 보아야 한다”며 또한 “‘공공의 이익’과 ‘비방의 목적’을 양립 불가능한 개념으로 보고 있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에 따라 광우병 보도 판결에서와 같이 ‘비방의 목적’은 판단 논지에서 제외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임증책임을 언론사에 지워...향후 언론사 의혹보도 위축 불가피

유 교수는 1심 판결이 증거보다는 판사의 주관에 치우쳤다는 점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예를들어 “위법성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데 있어서, 광우병 보도에서처럼 원고 측에 대한 의도적 비방성을 유추할 수 있는 (왜곡번역이나 이메일 등과 같은) 정황 증거가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사안별 법관의 주관적 심증에 기초한 판단이 많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각 사안 별 상대방의 주장이나 논지를 타파하는 구체적 증거나 근거 자료 제시 없이, 의혹을 받는 당사자의, 의혹에 대한 단순한 부인에 의존하여 판단하고 있다는 비판도 피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그는 우려했다. 

유 교수는 더욱이 “피고 측의 주장을 격파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 없이, 대부분의 쟁점 사항에 대해 피고 측의 소명 부족을 이유로 허위 사실 게재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도 비판의 소지가 있다”면서 “이는 다투고 있는 사실의 진실성에 대한 입증 책임을 피고 언론사인 미디어워치 측에 넘김으로써 야기된다”고 날카롭게 분석했다. 

이러한 판례는 향후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고 유 교수는 설명했다. “입증 책임의 부담을 피고 언론사가 갖게 되는 한, 구체적 증거나 근거자료가 다소 부족한 의혹제기 소송의 향배는 피고 언론사에게 매우 불리할 수 있다”는 것. 실제 언론사는 합리적 근거와 증언 등을 바탕으로 불완전한 의혹보도를 하는 것이 최선이다. 언론사는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따라서 언론사에 의한 의혹제기 사건인 경우, 상당 수준 이상의 소명의 충분성을 요구하기보다, 당시 보도 내용에 대한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성이 존재하였는지 판단하는 것이 언론표현의 자유라는 헌법 정신에 부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미디어워치의 보도는 JTBC의 전체 보도 태도에 대한 반박”

유 교수는 미디어워치는 “JTBC의 전체적인 보도 태도(최서원이 태블릿PC의 소유자로서 태블릿PC로 자료를 받아 문서 수정 작업을 하였다는 느낌을 일반인이 가질 수 있게 한 것)를 겨냥한 반박 기사를 작성하여 보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래와 같이 근거를 제시했다. 

“경험칙과 논리칙상 (i) 사무실을 관리해야 하는 관리인의 도움을 얻어 (원래 지문인식을 해야 입실이 가능한 사무실로 들어가) 우연히 사무실 위에 있는 태블릿을 발견하여 소유자의 동의 없이 회사로 가져오면서 관련 영상 등이 부재하다는 점, (ii) 단종된 태블릿 충전기를 당일 구입하여 교체하였다는 점, (iii) 태블릿 비밀 패턴을 쉽게 풀고, 소유자의 동의 없이 타인 소유 태블릿 내부 자료에 대한 내용 분석을 한 점, (iv) 일주일 걸렸다는 자료 분석 내용도 실제로는 입수 당일이나 익일 보도를 한 점으로 사전에 누군가로부터 받은 것이라는 의심을 사게 한 점, (v) 동일 사건을 취재 중이던 한겨레신문 기자팀장이었던 전 청와대 대변인 김의겸이 “장담컨대, 태블릿은 우연히 직접 발견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진술한 점, (vi) JTBC가 관련법상 쉽게 알 수 없는 태블릿 개통자의 이름을 검찰 발표 전 미리 알고 보도하였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JTBC가 주장하는 ‘관리인의 협조를 받아 우연히 태블릿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태블릿 입수 경위’에 미디어워치 측이 합리적 의심을 가질 여지는 있다고 해석 가능하다. 
태블릿 실사용자 논란에 관해서는 실제 개통자명, 신혜원의 증언, 내장된 사진 내용 등 제반 사실을 참고할 때 사용자는 단수가 아닌 복수였던 것으로 볼 소지가 크며, 실제 국과수 감정 결과도 그에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유 교수는 과학적인 태블릿PC 정밀감정만이 갈등을 종식시킬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통상 명백한 허위의 사실이라면, 그것을 지지하는 다수의 근거와 주장들이 생산되기 어렵고 그 생명도 단명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도 지금까지 태블릿PC 논란이 가시지 않는 것은 논리들 간 상대방을 쉽게 탄핵할 수 없는 ‘경쟁 상태’에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따라서 “이런 경우, 상대방 논리를 탄핵할 수 있는 ‘명백한’ 근거 제시가 있지 않는 한, 특정 주장만이 신빙성 있는 증거자료라고 인정함은 경험칙과 논리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그는 강조했다. 

하지만 법원은 태블릿PC를 과학적으로 검증해 실제 사용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자는 피고인 측의 요구를 수년째 외면하고 있는 상황. 심지어 변희재 본지 대표고문은 “태블릿PC가 최서원이 사용한 것으로 과학적으로 확인된다면 어떠한 중벌도 달게 받겠다”며 태블릿 정밀감정을 반복 요청하고 있으나 법원은 이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유 교수는 마지막으로 “재삼 부언하지만, 언론인들을 법정 구속시킨 태블릿PC 의혹보도 1심 판결은 선진국에서는 진정 찾아보기 힘든 매우 예외적 판결이었다”면서 “주요 선진국의 경우처럼, 언론인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사건은 언론이 가지는 제 기능을 감안할 때 형사적 접근보다 민사적 접근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동 판결은 공적 사안의 경우 허위 사실에 기초한 확정적 고의에만 처벌하고자 했던 그간 우리 법원의 태도나, 광우병 보도 판결에서 보여준 언론표현의 자유의 지평 확장과도 부합하지 않는 판결이라고 평가된다”며 “향후 언론인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형사 판결에서는 기존의 판례를 통해 확립해 왔던 언론 자유 보호 관점이 보다 일관성 있게 준수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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