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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명 칼럼] 취재윤리는 사라지고 광기만 남은 MBC

권력 견제가 아니라 권력 비호를 위해 직업윤리도 내팽개치나

대한민국 신문사와 방송사, 뉴스통신사에 종사하는 현직 기자 직능단체인 한국기자협회는 다른 어떤 직종의 종사자들보다 투철한 직업윤리를 강조한다. 언론이 사회의 공기로서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저널리즘의 윤리적 엄격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언론자유 수호, 공정보도, 품위유지 등을 비롯해 취재과정에서 정당한 방법으로 정보를 취득하며 기록과 자료를 조작하지 않는 ‘정당한 정보수집’과 개인의 명예를 해치는 사실무근한 정보를 보도하지 않고 보도대상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사생활 보호’, 어떠한 경우에도 취재원을 보호하는 ‘취재원 보호’,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시인하고 신속하게 바로 잡는 ‘오보의 정정’, 취재의 과정 및 보도 내용에서 지역·계층·종교·성·집단간의 갈등을 유발하거나, 차별을 조장하지 않는 ‘갈등·차별 조장 금지’가 있다.

기자협회 회원인 언론인들이 취재 및 보도함에 있어 지켜야 할 실천요강은 더 구체적이다. 그 중 회원은 ‘정보를 취득함에 있어서 위계(僞計) 나 강압적인 방법을 쓰지 않는다.’와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간에 개인의 명예를 손상하지 않도록 주의를 다한다.’ ‘공익이 우선하지 않는 한 모든 취재 보도 대상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 등의 실천사항은 기자들이 일선 현장에서의 취재원에 대해 지켜야 할 윤리의식을 강조한 것이라 할 것이다. 얼마 전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MBC 취재진으로부터 신변 위협을 느낄 정도로 강압적 취재를 당한 사건이 있었고 이것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4일 이 교수가 자기 연구소로 출근하던 길에, 집 근처에 잠복해 있던 MBC 시사프로 ‘스트레이트’ 소속의 기자와 카메라 기자 한명으로부터 봉변을 당했다고 한다. 사전 취재 양해도 없었고, 이 교수가 인격권 침해 사실도 알리면서 기자에게 20여 차례나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지만 카메라를 밀착시키며 강압적인 취재를 계속했다고 한다. 



망가진 MBC 증명하는 내로남불 취재윤리

이영훈 교수 뿐 아니라 이 교수가 참여한 ‘반일 종족주의’ 다른 필진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하니, MBC가 어떤 의도를 갖고 이런 무리한 인터뷰를 계속 시도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법전문가들은 MBC의 취재행위가 불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교수가 인터뷰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는데도 진로를 방해하고 위협을 느낄 정도로 카메라를 들이밀며 답을 강요한 것은 폭행죄와 강요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런 법적 문제와 별개로 MBC의 무너진 취재윤리를 지적하고 싶다. MBC에는 다른 언론사와 마찬가지로 올바른 저널리즘을 위해 나름의 취재윤리가 있다. 그리고 MBC는 필자가 글 서두에 언급한 한국기자협회 회원사이기도 하다. 취재 보도 대상의 사생활을 지켜줘야 할 의무가 있고 개인의 명예를 손상하지 않도록 주의를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윤리강령을 어겼다고 법적으로 처벌받는 것은 아니지만 언론인이라면 가져야 할 직업적인 윤리의식이다. 

익명의 취재원을 남용하거나, 자기 의견을 익명취재원으로 포장해 써먹거나 취재 현장을 인위적으로 설정한다거나 기업으로부터 향응을 받는 것만이 취재윤리 위반이 아니다. 대상에 따라 취재윤리를 다르게 적용하는 것도 저널리즘을 망가뜨리는 행위다. MBC 스트레이트 기자들이 이영훈 교수와 ‘반일 종족주의’ 필진들을 향해 취했던 강요가 예컨대 한홍구 교수와 같은 이들에게도 똑같이 벌어질 수 있을까.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MBC 기자들이 취재윤리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공영방송 기자들이 하다못해 작은 인터넷 매체 기자들도 숙지하는 취재윤리를 모른다고 생각할 수 없다. 더구나 MBC는 작년 초 뉴스데스크 인터뷰 조작 사건이 일어나자 모든 기자들을 대상으로 취재 윤리 교육을 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MBC는 ‘우리 편’을 대하는 취재윤리와 ‘다른 편’을 대하는 취재윤리가 따로 있기라도 한 것일까. 상식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외부자인 필자로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MBC가 취재윤리까지 위반하며 덤벼든 이번 일이 하필이면 이 정권이 혈안이 된 반일선동 연장선상에서 벌어졌다는 의심이 들어 걱정스럽다. 무리한 취재가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권력을 비호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제 식민지 시절 징용과 위안부 문제 등 사실관계를 조명한 책 저자들에 대해 자기들 생각과 다르다고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취재를 당연시 한다면 MBC는 헌법이 보장한 개인의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 학문의 자유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민주언론사라고 볼 수도 없다. 필자는 이번 MBC 스트레이트 기자들의 행위는 공익을 팽개친 그야말로 사익을 위해 언론 권력이 남용된 사례이자 깡패식 만행이라는 비판을 들어도 부족하지 않다고 본다. MBC 뿐 아니라 언론계 전체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MBC가 상식적인 언론이라면 이번 일에 대해 이영훈 교수와 피해를 입은 다른 당사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안 그래도 편파 방송으로 망가진 언론사가 이번 일로 스스로 대못까지 치는 일이 되어서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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