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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명 칼럼] 한국당 막말정치 ‘족쇄’ 차고는 집권 불가능하다

막말보다 중증은 침묵의 병

정가에서 막말의 원조를 꼽으라 하면 아무래도 김홍신 전 의원의 공업용 미싱발언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1998년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 시흥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정당연설회에서 김대중 정권을 비판하던 김 의원이 시중의 우스갯소리라며 염라대왕의 바늘 뜸을 인용한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발언을 추리면 이렇다. ‘살아생전에 거짓말 많이 하고 나쁜 짓 많이 하면 죽어서 염라대왕이 잘못한 것만큼 바늘로 한뜸 한뜸 뜬다고 한다. 김대중 대통령, 임창렬 후보는 아마 염라대왕 앞에 끌려가면 거짓말도 많이 하고 너무 많은 사람을 속였기 때문에, 바늘로 뜰 시간이 없어 공업용 미싱으로 드륵드륵 박아야 할 것이다.’ 당시 공방은 매우 뜨거웠는데 언론 보도 중 필자 눈에 들어온 한 기사 내용이 재미있다. “미싱을 보낼테니 김홍신 의원 입부터 꿰매라며 한 시민이 한나라당 총재실에 항의했고 총재실 한 직원은 기왕 보내려면 공업용으로 보내라고 응수했다는 보도였다. ‘국민은 왕이란 인식 시민의 갑질을 당연시 하는 요즘 야당 같아선 생각하기 힘든 꽤 강한 응대였다.

 

‘1984’로 유명한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정치와 언어가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정치와 영어 Politics and the English Language 1946)라는 사실을 알았다. 오웰은 정치인들이 본심을 숨기기 위해 애매한 말과 쓸데없이 장황한 미사여구를 늘어놓는다고 생각했다. “직유·은유 등 수사적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 짧은 단어를 사용할 수 있으면 긴 단어를 사용하지 말라. 잘라 낼 수 있는 단어는 잘라 내라. 능동태를 쓸 수 있으면 수동태를 쓰지 말라. 일상생활용어로 대체할 수 있으면 외래어·과학용어·전문용어를 쓰지 말라. 이런 규칙을 지키면 명백히 귀에 거슬리는 글을 쓰게 될 경우, (차라리) 위의 규칙을 깨라.” 조지 오웰이 제시한 이 글쓰기의 원칙에는 자유민주주의와 대중정치에 대한 통찰력이 녹아 있다. 젠체하는 단어와 귀족주의적인 기성 어구로 도배하는 과정이 명료한 사고 활동을 방해, 대체해 정치적 거수기를 대량 생산해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국민의 분노와 절망을 대변해야

 

자유한국당이 소위 막말정치단속에 나섰다. 5·18 망언 논란을 빚은 김진태 의원은 경고 김순례 의원은 당원권 정지 3개월, 이종명 징계했고 세월호 5주기 즈음 막말을 했다는 차명진 전 의원은 당원권 3개월 정지, 정진적 의원은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일찌감치 좌파권력의 선수로 뛰는 언론이 자당 의원들의 조그만 잘못까지 당 지지율과 연관지어 쥐락펴락 하고 있으니 막말 프레임에 갇힌 한국당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황교안 대표가 며칠 전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앞으로 또다시 국민 마음에 상처를 주고,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는 언행이 나온다면 참으로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엄중 경고하고,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상진 의원이 공천 감점까지 거론하는 오버를 하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황 대표가 현충일 추념사에 등장한 대통령의 김원봉 평가에 별 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 것에서도 막말 프레임에 걸려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막말보다 더 중증의 병은 침묵의 병이다. 현충일에 김원봉을 꺼내들면서 통합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청와대의 궤변을 방치하고 자당 의원들의 막말에만 노심초사해서는 집권할 수 없다. 조지 오웰은 국민을 파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들이 자신들의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게 부정하거나 지우는 것이다.”라고 했다. 막말을 걱정한다고 현란한 수식어와 애매모호한 용어로 국민의 사고까지 파괴하는 세력의 말 정치에 무대응과 순응으로 나간다면 정치를 포기하고 국민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성공 요인을 꼽는다면 그중 하나가 바로 막말이라는 족쇄에서 자유롭다는 사실이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보다 주류 정치가 외면한 국민 절반의 분노와 절망을 대변하고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은 것이 승리의 기반이 됐다. 막말 논란에 임하는 한국당의 태도가 과거 공업용 미싱때보다 더 후퇴했다. “여당 대표는 하지 말아야 할 불법 선거운동도 거침없이 총력 질주하고 있는데, 야당 대표는 풀어야 할 입까지 틀어막고 있으니 선거 결과가 걱정된다(김문수)”는 일부의 걱정도 그냥 흘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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