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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명 칼럼] 김제동 고액 강연료 논란이 남긴 교훈

지자체가 본보기로 삼아야 할 김제동 강연 취소 해프닝

친문 방송인 김제동이 615일 예정돼 있던 대전 대덕구청이 주최하는 1시간 30분짜리 강연을 논란 끝에 취소했다. 두 시간도 채 안 되는 강연료가 일반 직장인 연봉 절반에 가까운 1550만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노한 여론이 끓어오르자 마지못해 선택한 조치였다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필자는 이번 논란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도덕성과 혈세 낭비 문제가 논란이 됐지만 이번 강연에 숨어 있는 심각한 위법성은 모르고 지나갔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여론이 일어나지 않아 강연이 그대로 진행됐다면 김제동과 대덕구 관계자들은 처벌을 피하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개요는 이렇다. 김제동은 615일 한남대학교 성지관에서 강연을 갖기로 했다. 지역 중·고등학생과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으로 대덕구와 김제동이 함께하는 청소년 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열릴 예정이었다. 대덕구가 김제동에게 지급할 강연료는 1550만원이고, 강연 참가자들은 수강료나 참가비를 내지 않는 행사다. 김제동의 출연료는 구예산(국비지원)으로 지급된다.

 

김제동의 고액 강연료가 알려지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소속 정치인들은 재정이 16%대로 열악한 대덕구가 높은 강연료를 주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 “1550만원이면 결식 우려 아동 급식을 3875번 먹일 수 있고 소득주도성장으로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잃은 청년들을 한 달간 12명이나 고용할 수 있는 돈” “좌편향적 방송인으로 꼽히는 김씨를 강사로 정한 것은 시민단체 활동을 거쳐 구청장이 된 박정현 현 구청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등의 비판을 가했다


그러나 이번 강연은 단순히 김제동이 그런 고액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느냐, 혹은 공무원들 월급도 겨우 주는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가 국민 세금을 그런 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정당한가 하는 식의 도덕이나 양심만의 문제가 아니다. 또 환경운동가 출신 지방자치단체장이 친문 방송인 불러다 고액 강연료를 퍼주는 끼리끼리 의식만이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 것들은 부차적인 사항이다. 본질은 대덕구청이 김제동에 1550만원 강연료를 지급하는 것이 합법적이냐의 문제다.

 

퍼주는 대덕구청과 받는 김제동 모두 불법 소지가 다분하다. 우선 김영란법이 걸린다. 김영란법 하면 적용 대상에 흔히 공무원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언론사 임직원도 포함된다. 언론사 임직원 중에 취재, 보도, 논평 등의 직무에 종사하는 자, 경영기술 지원부서 인력도 모두 법 적용대상이다. 이법에 의하면 공영방송 KBS에서 오늘밤 김제동이란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논평도 하는 김제동은 일종의 프리랜서 언론인에 해당한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는데 김제동이 KBS와 계약서를 안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봉으로 치면 7억원에 달하는 오늘밤 김제동고액출연료가 논란이 됐을 때 KBS측이 공개를 거부하면서 김제동 쪽과 혐의해 따로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고 했다. 김영란법 등을 의식한 꼼수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준조세인 시청료가 정기적으로 김제동에 지급되는 만큼 계약서를 쓰지 않았으니 아무 문제없다는 비상식적인 주장이 오직 김제동에게만 통용돼서는 곤란하다.

 

강연은 취소됐지만 따져야 할 김제동 고액 강연료에 숨은 위법성의 문제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면 무슨 근거로 김제동에 그런 고액의 출연료를 지급한다는 건가. 계약서 없이 KBS 마음대로 지급한다? 김제동 소속사와 합의했으니 괜찮다? 어느 모로 보더라도 명백한 배임이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근로자란 직업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김제동이 현재 KBS에 제공하는 근로행위는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모든 사항에 해당된다. 계약서를 안 썼다면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 위반 아닌가. 이 부분은 법전문가들이 늦게라도 정밀하게 따져 KBS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김영란법을 따지다 잠시 옆길로 샜는데 다시 돌아와 보자.

 

언론사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원칙적으로 김제동이 해당된다고 볼 때,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바로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고 주장한 부분이다.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객원 논설위원, 프리랜서, 방송작가 등은 언론사 직원으로 보기 어려워 김영란법 적용 대상 예외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분도 사실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그만큼 KBS나 김제동이 밝힌 계약관계는 비상식적이고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만일 김제동 강연이 그대로 진행됐더라면 추후 조사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계약서 작성 여부에 따라 공소시효가 5년인 김영란법으로 얼마든지 처벌이 가능하다.

 

두 번째 대덕구청의 지방재정법 위반 여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법전문가들의 설명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은 지방재정법에 의해 집행된다. 그런데 지자체의 세출예산이 집행기준에 벗어나면 감사를 받도록 돼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시정조치까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놓았다. 지방재정법 제17(기부 또는 보조의 제한) 지방재정법 제47(예산의 목적 외 사용금지와 예산 이체) 지방재정법 제482 (예산·기금의 불법지출·낭비에 대한 주민 감시)에 근거해 누구든지 세출의 불법지출에 대한 증거제출 및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김제동에 지불하겠다는 거액의 출연료가 지자체에 손해를 끼쳤다고 생각하는 주민들은 대덕구청에 불법지출에 대한 증거를 제출하여 얼마든지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지자체가 자기들과 코드가 맞는 사람 불러다가 도를 넘는 강연료를 퍼주는 짓을 할 경우 예산 낭비 사례로 주민 감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세 번째 국비사업의 예산 적절성의 문제가 있다. 김제동 고액 강연료가 논란이 되자 대덕구는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청소년아카데미는 지난해 8월 교육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풀뿌리 교육자치 협력체계 구축 시범사업가운데 하나” “사업예산으로 받은 15,500만원으로 강연료를 지불하는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교육부가 주관해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을 대상으로 한 사업에 대덕구가 지원해 선정됐고, 그 지원 예산으로 썼으니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주관한 그 사업은 지자체와 산하 교육청이 협력해 학생들에게 도움 주는 사업을 구축하는지속가능한 사업이어야 하는 목적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김제동 불러다 강연하도록 예산을 퍼주는 일이 과연 풀뿌리 교육자치 협력체계 구축 시범사업에 해당되는 일인지 따져 볼 일이다. 과연 그러한가? 그것보다는 선거를 의식한 지자체장의 선심성 예산낭비로 볼 여지가 더 컸을 것이다.

 

환경운동가 출신 지자체장이 지자체 형편보다 대통령과 친하다는 친문 방송인 이미지의 김제동을 초청해 거액의 강연료를 지불했다는 것을 누가 순수하게 보겠나. 특히나 김제동 강연료의 경우 특별교부금(지방자치단체가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을 설치·경영하는데 필요한 재원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가가 교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3%에 해당하는 금액)에 해당될 터인데, 특별교부금을 재원으로 하는 계약에 관한 사항은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란 현행법을 따르도록 돼 있다. 이 법에 의하면 특별교부금을 위법, 부당하게 집행한 경우 관계공무원에게 책임을 묻고 시정조치, 또는 그 돈을 감액하거나 토해내도록(반환) 조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김제동에 지급되는 강연료는 특별교부금의 위법 사용, 부당사용에 해당될 소지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김제동과 대덕구는 여론에 고마워해야 한다. 국민 덕에 이런 위법 시비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른 지자체들은 이번 사례를 본보기로 명심했으면 한다. 국민의 세금을 자기 쌈지돈처럼 허투루, 쉽게 쓰려다가는 망신은 물론 국민적 분노에 직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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