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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워싱턴이그재미너, “트럼프 대통령은 미치광이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아무리 불안정한 정신 상태라고 하더라도 현재 트럼프 행정부 외교정책이 이전 오바마 행정부 외교정책보단 훨씬 낫다”

닉슨 대통령의 불명예 퇴진을 촉발한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밥 우드워드(Bob Woodward)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신간 ‘공포: 백악관 안의 트럼프(Fear: Trump in the White House)’가 미국 정가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예상한대로 ‘외신 받아쓰기’만을 일삼는 한국의 주류 언론들은 밥 우드워드 기자의 말을 빌려 연일 트럼프 대통령을 ‘통제 불능의 분노와 편집증의 지도자’로,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백악관을 ‘미친 세상’로 묘사하는데 급급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워싱턴 조야의 실제 균형 잡힌 시각은 어떠할까? 관련해서 진실존중 매체들을 중심으로 밥 우드워드 기자가 지적한 백악관 혼란상의 이면(裏面)을 살핀 입체적인 해석이 현지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밥 우드워드 기자의 신간 ‘공포: 백악관 안의 트럼프’ 열풍

지난 9월 4일(현지 시각), 미국의 대표적인 자유보수 계열의 정치 전문지인 ‘워싱턴이그재미너(Washington Examiner)’는 ‘밥 우드워드가 지적한 것과 달리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훌륭하다(Trump's foreign policy isn't as bad as Bob Woodward's book excerpts makes it seem)’ 제하 톰 로건(Tom Rogan) 안보 전문 기자의 기명 칼럼을 게재했다.



톰 로건 기자는 “밥 우드워드 기자의 취재력은 가히 일류급이다”라고 상찬하면서 “그의 신간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식구조(mind-set)'가 '위험 수준(dangerous)'이라고 혹평하고 있다”는 사실부터 전했다. 

톰 로건 기자는 자신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NATO(북태평양조약기구) 및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를 하나의 비즈니스 거래로 접근할 뿐 미국 주도 국제 질서의 도구(instrument)로 인식하지 않고 있는 점에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톰 로건 기자는 밥 우드워드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을 마치 미치광이처럼 묘사한데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톰 로건 기자는 미국의 대표적인 적성국이자 미국 외교안보정책의 핵심 화두인 시리아, 북한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대한 대응 사례를 제시하며 트럼프 행정부를 변호했다.

시리아(Syria)의 경우

먼저 시리아의 사례다. 밥 우드워드 기자의 신간은 시리아 사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다음과 같이 적시했다. 

“시리아의 바사르 아사드가 지난 2017년 4월에 민간인을 대상으로 화학무기를 살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국방장관을 호출해서 아사드를 암살할 것을 지시하며 ‘당장 (시리아에) 진입해서 그놈들을 사살해 버리자,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전부 몰살 시키자‘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 톰 로건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사드 암살 지시는 설사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톰 로건 기자는 “외국 요인(국가수반)에 대한 암살은 미국 외교안보정책에 나쁜 선례(precedent)를 남기는 부작용이 있다”면서 “그러나, 그간 독재자 아사드가 자국민 수백, 수천명을 학살하고 테러 조직을 후원해온 전력 등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그를 암살해버리는 것이 시리아의 장기적 안정에 기여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적성국 요인 암살은 대통령의 고도의 통치행위 중 일부로 외교안보정책으로 나름 유용한 대안이며 국제 정치의 정상범주에 들어간다는 것이 톰 로건 기자의 주장이다.

어쨌든 아사드에 대한 암살은 실제 집행되지는 않았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시설(chemical weapons capabilities)만을 파괴하는 낮은 단계의 공격 명령을 승인했다. 

톰 로건 기자는 “아사드 암살을 반대한 메티스 국방부 장관도 해임되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메티스 국방장관의 정책 자문을 받아들여 생화학 시설만을 타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톰 로건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뜻을 꺾고 훌륭한 정책 자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면서 이는 훌륭한 리더십의 정의를 충족시키는 좋은 사례라고 역설했다.

북한(North Korea)의 경우

톰 로건 기자는 북한의 사례도 들었다. 밥 우드워드 기자의 신간에는 지난해 취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프 던퍼드(Joseph Dunford) 합참의장에게 북한을 상대로 한 선제폭격 계획을 마련할 것을 지시해 합참의장이 당황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또 2017년 가을에도 유엔 연설 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향해 ‘꼬마 로켓맨(Little Rocket Man)’이라고 부르며 미-북간 ‘입 전쟁’을 고조시켰다. 밥 우드워드 기자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롭 포터(Rob Porter) 백악관 前 선임비서관에게 ‘이것은 지도자 대 지도자, 사나이 대 사나이, 나(트럼프)와 김정은에 관한 것’이라고 말하며 미-북간 갈등 상황을 ‘의지의 대결’로 봤다. 백악관 보좌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을 자극하는 발언에 다들 노심초사했다는 것이 밥 우드워드 기자의 폭로 내용이다.

그렇다면 북한에 대한 선제폭격 계획안 마련 지시가 과연 트럼프 대통령의 광기에 대한 근거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관련해서 톰 로건 기자는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선제폭격안(pre-emptive strike options)’ 마련 지시도 역시 전혀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 이전에도 북한에 대한 선제폭격 계획은 이미 존재했으며, 오히려 선제폭격 계획안은 미국의 안보 위협 환경에 따라 ‘꾸준히 정제되었다(constantly refined)’. 선제폭격 문제는 유관부처인 미국 국방부도 주기적으로 개선해왔으며, 향후 선제폭격 옵션이 사용될 개연성을 대비한 작업이기에 미국 국방부 입장에서는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도 않는 일이다”


이어서 톰 로건 기자는 “더욱이 '선제폭격안‘을 ’마련(asking for a plan)‘하는 것과 '집행(using a plan)'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며 “단지 군통수권자로서, 최대 군사옵션(maximal opportunity)을 구축해 급박한 상황에서 ‘긴급조치(immediate action)’를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Liberty of Options)'를 확보하는 것이 뭐가 잘못 됐다는 것인가"라고 강하게 반문했다.



밥 우드워드 기자가 비판한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에 대한 막말 문제에 관해서 톰 로건 기자는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압박 공세를 취하는 것도 올바른 조치다. 즉,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적인 압박이 북한의 추가적인 미사일 실험 중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이언제든지 군사적 옵션을 실행할 결기가 있다는 것을 북한에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특히 북한의 강경파들에게 자신과 1:1 맞대응 벼랑끝 외교를 펼치는 것은 아무런 승산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어야 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에 대한 발언은 이전보다 다소 부드러운 언사로 바뀌었다. 관련해서 톰 로건 기자는 “동맹국인 한국과 우리 미국 정보당국자들도 공히 현 상황을 긍정 평가한 바 있다”고 상기시키며 “트럼프 대통령의 막말이 한시적으로나마 북한과의  긴장완화/외교적 해결에 대한 마지막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라고 강조했다.

아프가니스탄(Afghanistan)의 경우

밥 우드워드 기자의 저서를 소개한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의하면 2017년 7월 NSC(국가안전보장)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5분 동안 군 장성들과 보좌관들을 질타하고 아프간에서 미국이 패퇴하고 있다면서 역성을 냈다.

워싱턴포스트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장성들에게 ‘일선 사병들이 당신들보다는 훨씬 전쟁 지휘를 잘 할 것’이라고 비난하며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라고 독설을 퍼부은 내용을 소개했다.

군 통수권자와 군 장성들 간의 이러한 갈등을 리더십 위기라고 볼 수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해 톰 로건 기자는 미국의 아프간 전략을 기준으로 관련 쟁점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공교롭게도 오바마 행정부 역시 지난 2009년 장성들을 질타하며 미국 국방부의 아프간 전략 문제점을 비난한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은 군통수권자로서 ‘기존 군부(military orthodoxy)’의 전략에 대해 재검토를 지시할 권리가 당연히 있으며 그러한 과정을 거치는 것은 가장 훌륭한 전략적 대안을 도출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 중에 하나다. 

셋째, 가장 훌륭한 전략적 대안을 도출하는 일은 미국의 국익 수호뿐만 아니라 일선에서 실제 작전을 수행하는 예하 장병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한마디로 군 통수권자와 군 장성들의 적당한 긴장관계는 국익 수호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프간 전략에 관해서 톰 로건 기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아프간 전략이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 보다 훨씬 낫다”며 다음과 같은 변별점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프간 전략은 장기적인 군사 지원과 원조를 지렛대로 아프간 카불 정부로 하여금 현지 탈레반 색출을 도모하는 것이다. 반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탈레반에게 미군 철군 전략을 공개천명하면서 철수 날짜를 못박는 어처구니없는 전략을 구사했었다”


바꿔 말해, 오바마 행정부야말로 ‘대전략(grand strategy)’의 ‘가나다’라고 할 수 있는 “장기 목표의 주도권을 유지하며 유연한 대응을 통해 적성국의 대응수단을 봉쇄한다(to retain the initiative in objectives sought and flexibility applied, and thus limit the adversary's range of options)”는 기본 명제를 정면으로 훼손했다고 톰 로건 기자는 꼬집었다.  

자신이 임명한 참모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서 총론적으로 비판할 점이 물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종국에는 그가 임명한 최고 참모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호사가들은 매티스 국방부 장관이 이 세계를 ‘미치광이 트럼프’로부터 구하고 있다는 풍문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바로 그런 ‘미치광이 트럼프’가 자신에게 쓴소리를 하는 매티스 국방장관을 중용하며 끊임없이 자문을 구하고 있는 점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톰 로건 기자의 지적이다.



이 대목에서 톰 로건 기자는 오바마 행정부의 난맥상을 지적했다. 톰 로건 기자는 “오바마 행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인 ‘밥 게이츠(Bob Gates)’의 회고록에 따르면 그는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접견 자체가 아예 봉쇄됐다”면서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자신의 핵심 보좌관인 ‘벤 로즈(Ben Rhodes, 실패한 이란 핵협정의 설계자로 꼽힌다)’의 의견만 늘 청취했다”고 지적했다.

톰 로건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만의 특유의 외교 스타일이 새로운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톰 로건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점으로 ▲ 적성국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유약한 오바마 전 대통령과 대척점(antithesis)에 서있는 지도자로 여기고 있다는 점, ▲ 트럼프 대통령이 전혀 예측 불가의 행보를 보이면서 적성국들에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성(unpredictability)'은 동맹국들을 난감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적성국인 중국, 이란 그리고 북한의 정치적 무게중심도 흔들어 놓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고 톰 로건 기자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점이야말로 바로  '예측 불가성(unpredictability)'

결론적으로 톰 로건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아무리 불안정한 정신 상태라고 하더라도 현재 트럼프 행정부 외교정책이 이전 오바마 행정부 외교정책보단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톰 로건 기자는 “외교안보적인 관점에서 실체적인 정책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유념하면서 밥 우드워드 기자의 신간을 읽어야 한다(As we read the foreign policy elements of Woodward's book, we must focus first and foremost on what actually happened)”면서 기명 칼럼을 마무리했다.

미국 언론도 한국 언론과 마찬가지로 좌편향성, 주류지향성, 대세추종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래도 어떻든 최고 정치 권력의 결정, 공과, 양식에 대해서 상반되는 다양한 의견이 쉼없이 개진되고 있는 미국 언론의 본원적 저력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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