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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음모론에 병들어가는 대한민국

‘음모론적 사고’ 좌파에서 우파로 전이됐나

대한민국이 음모론에 신음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선 ‘광우병·천안함 좌초 은폐설·세월호 인신공양설’ 등 각종 음모론이 횡행했다. 이러한 음모론들은 대개 좌파 진영에서 제기됐다.

우선 파장이 컸던 음모론들을 돌이켜보자. 먼저 ‘광우병’이다. 이는 2008년에 불거진 루머로, 당시 좌파 진영은 미국산 쇠고기를 섭취하면 뇌에 구멍이 뚫린다는 ‘인간 광우병’ 괴담을 퍼뜨리면서 이명박 정부를 공격했다. 물론 10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에서 광우병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2010년 ‘천안함 좌초 은폐설’ 역시 대표적인 좌파 진영의 음모론이다. 골자는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의 좌초’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북한의 어뢰 폭침’으로 사건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천안함 좌초설은 최근까지도 언론을 통해 퍼졌다. 

다음은 2016년 온 국민들을 들끓게 만들었던 ‘세월호 인신공양설’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이비 종교에 빠져 세월호를 재물로 바쳤다는 황당무계한 루머다. 이 음모론을 사실로 믿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 지금도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과거의 음모론들은 당시 정치적 주도권을 쥐지 못했던 좌파 진영에 의해 주로 제기됐다. 일반적으로 음모론은 어떠한 현상이나 사건 또는 상황을 납득하기 어려울 때 발생하는데, 좌파 진영으로선 이명박·박근혜의 대통령 당선과 우파 진영의 득세 상황 자체를 인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기자의 판단이다. 

좌파 진영의 음모론 대부분은 사실로 밝혀진 것이 없음에도 언론과 인터넷을 등에 업고 우파에 ‘부패 권력’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데 성공했다. 합리적 의심이라는 음모론의 순기능보단 사회적 비용의 낭비라는 음모론의 역기능이 작용한 것이다. 

음모론자들은 어떠한 사건이나 현상에 반드시 인과관계와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필연성과 개연성에 과도하게 몰두하면서 우연성이라는 요소를 간과하는 것이다. 이들은 사소하고 지엽적인 요소들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이를 자신이 세운 가설의 근거로 끼워 맞춘다. 

여기에 파편화된 사실들을 편집·재구성하고 지나친 추정을 더하면서 자신이 만든 세계관에 점차 갇힌다. 예시로 든 ‘박근혜 세월호 인신공양설’처럼 어떠한 거대 권력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건을 배후에서 기획·조종하고 있다는 식이다. 

이들은 후에 음모론이 거짓으로 판명난다 해도 ‘인지부조화’와 ‘정신승리’로 사건을 정리한다. 쉽게 말해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것이다. 좌파 음모론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였던 것이었는지, 아니면 ‘거짓’임을 알면서도 상대진영을 공격하기 위해 선전·선동했던 것이었는지에 대해선 논외로 하겠다. 

문제는 최근 이같은 음모론적 사고 경향이 우파 시민들에게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근래에 우파 시민들 사이에선 ‘북한 김정은 대역(代役)설’과 함께, 유력 좌파 인사가 일루미나티 회원이라는 말까지 떠돌고 있다. 

물론 합리적 의심과 음모론간의 경계를 분간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라쇼몽 효과(Rashomon Effect : 같은 사건을 두고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 사실을 달리 해석하는 현상)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 분석·추정·주장 등 가장 근간이 되는 ‘사실’이라는 개념조차 객관화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정치 지형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일 수도 있다. 음모론은 원래 상대적 약자로부터 발현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음모론적 사고는 좌우의 문제가 아닌 일반적인 인간에게서 나타나는 비합리적 사고 경향이라고 보는 것이 올바른 해석이다. 

혹자는 우파 진영이 ‘이이제이’ 전략을 펼치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따져 묻기도 한다. 가슴 답답한 그 심정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진실’을 외치는 우파 세력은 누구보다 더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음모론적 사고는 우리를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만들며 일을 그르치게 한다. 이는 필시 사회적 비용의 허비를 야기하며 개개인의 정신에까지 심각한 해를 끼친다. 

특히 과거 좌파의 끊임없는 음모론에 질색해하며 ‘진실’을 강조했던 우파가 지금처럼 음모론을 남발한다면 '모순'에 봉찰할 수 있다는 게 기자의 우려다. 우파 시민들을 포함한 모든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좀 더 정제된 사고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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