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 재판하다 SKT 법무 부사장으로 간 ‘우리법’ 정재헌 판사

SK텔레콤의 신규계약서가 태블릿 항소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시점과 겹쳐

이우희 기자 wooheepress@naver.com 2020.06.19 21:45:54

최근 퇴임한 태블릿PC 항소심의 부장판사가 돌연 SKT의 법무 부사장으로 스카웃됐다. 이직 시점이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SKT 신규계약서’ 떠오른 시점과 겹쳐, 논란이 예상된다. 

정재헌(53세·29기) 부사장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문재인표 사법개혁의 사실상 ‘전위대’로 활약한 인물이다. 정 부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판사 블랙리스트’ 파동에 앞장섰다. 그는 문 정부 출범 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 위원으로 활동했는데, 당시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장 신분이었다. 



이후 2019년 정 부사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2부로 자리를 옮겨, 태블릿PC 항소심(2018노4088)을 맡았다. 법원은 그동안 변호인들의 태블릿 정밀감정 요구를 틀어막으며 실사용자를 규명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데 성공하는 듯했다. 

상황은 지난해 11월 변호인단이 태블릿의 2012년 요금납부 내역을 사실조회 신청하면서 급반전됐다. 

검찰은 태블릿 통신 요금과 관련 ‘법인카드 자동이체’를 주장하고 있다.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은 태블릿을 개통만 했을 뿐, 이후 ㈜마레이컴퍼니가 법인카드 자동이체로 요금을 납부했고, 따라서 김한수는 태블릿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알리바이였다. 

그러던 중 SKT는 지난 1월 20일 태블릿PC 요금납부 내역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 회신결과를 변호인단이 확인할 수 있었던 건 3월 19일이었다. SKT와 별도로 변호인단은 ㈜마레이컴퍼니 법인카드사인 하나카드에도 사실조회를 요청했는데 그 결과 역시 이날 함께 받아볼 수 있었다.

이들 사실조회 확인 결과, 2012년 요금납부자는 검찰의 주장과 달리 김한수 개인이었다. 하나카드는 ㈜마레이컴퍼니의 법인카드로는 자동이체가 된 적이 없다고 회신했다. 태블릿의 실사용자가 김한수로 확정된 순간이었다. 동시에 검찰이 증거제출한 SKT 신규계약서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3월 24일, 변호인단은 검찰의 SKT 계약서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SKT 서버에 저장된 원본 계약서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같은날 변희재 본지 대표고문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태블릿 실사용자는 김한수였다는 사실을 널리 알렸다. 이어 변 고문은 4월 8일 태블릿 증거 조작, 위증교사,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현직 검사 3인을 경찰에 고발했다. 4월 16일에는 김한수를 고발했다.

4월 29일 법원이 변호인단에게 SKT 제출 원본계약서 복사를 허가했다. SKT가 이 계약서를 법원에 제출한 날짜는 4월 1일이었다. SKT 제출 계약서는 검찰이 위조한 정황이 있는 계약서와 똑같았다. 김한수의 사인이 두 개가 등장하고, 대리점 날짜, 필수기재정보 등이 누락된 그대로였다. 

비슷한 시기, 지난 2월 정기인사 시즌에 옷을 벗고 퇴임한 정재헌 판사는 SKT의 법무 부사장으로 임명됐다. 업계에 따르면, SKT는 4월 6일 법무2그룹을 신설하고 그룹장에 정 부사장을 앉혔다. (관련기사: SKT, 정재헌 전 부장판사 영입…법무도 '듀얼 OS')

판사가 퇴임 전 다루던 사건의 관계 회사로 이직하는 것은 공직자 윤리에 어긋나는 처신으로 지탄을 받아왔다. 다만, ‘퇴직공직자 취업제한제도’에 해당하는 판사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이다. 정 부사장은 이직 당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였으므로 이에 해당하진 않는다. 그러나 직급을 떠나, 정 부사장이 퇴임 전 담당하던 사건의 핵심 관계사 임원으로 간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게 법조계 인사들의 중론이다. 

한편, 본지는 3월말 경 김한수 실사용자 확정 기사에서 기업명을 가려줄 수 없겠느냐는 SKT 측 홍보 담당자의 전화를 받고 ‘불가’를 통보한 바 있다. 이후 SKT는 본지에 연락한 적이 없다. 





이우희 기자 woohee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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