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뉴욕타임스 “지옥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전술이 북한의 벼랑끝 전술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김경란 기자 johnydep77@hanmail.net 2019.08.20 15:57:05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 시종일관 비판론을 견지해온 미국 내 좌파 언론인 ‘뉴욕타임스(NewYorkTimes)’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팀이 북한에 대해 사실상 외교적 승리를 거두고 있다는 오피니언 칼럼을 게재해 이목을 끌고 있다.

8월 15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김정은의 끔찍하고, 무시무시하고, 전혀 좋지 않으며, 매우 불쾌한 나날(Kim Jung-un's Terrible, Horrible, No Good, very Bad Year)” 제하 미국의 대표적인 동북아 정세 전문가인 니콜라스 에버스타트(Nicholas Eberstadt)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의 칼럼을 게재했다.



니콜라스 에버스타트는 칼럼 첫 문장에서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우표를 장식한 주인공이 된 이유를 북한과 북한을 둘러싼 국제정세에 기반해서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메시지 하나에 허둥지둥 달려 나올 수 밖에 없는 김정은의 모습이 지금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처한 사면초가의 모습을 그대로 나타내 주는 것이라 지적했다.

니콜라스 에버스타트에 따르면, 김정은은 작년 싱가포르 회담과 올초 하노이 회담에서 자기 아버지 때부터 면면히 이어온 핵무기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벼랑 끝 전술로 일관하려 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하노이 회담 때부터 이 전술이 먹히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팀이 북한의 의도를 미리 다 읽고 북한 외교팀을 단숨에 제압해버렸기 때문이다.

“판문점 회담에서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온갖 아양을 다 떨면서까지 얻어내고자 했던 것은 지금까지 북한을 서서히 질식시켜온 경제 제재를 풀어달라는 것이었다. 오로지 미국 대통령만이 미국 재무부에 북한에 대한 일방적 족쇄를 풀라고 명령할 수 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서 ‘미국이 비토권 행사 좀 안 해 주시면 안 될까’라는 시그널로서의 알랑방귀를 뀌고 있는 것이다”


왜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그토록 집착하는가. 그것은 유엔 안보리가 아무리 대북 경제 제재를 완화시켜 주고 싶어도 미국이 비토권을 갖고 있는 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대북 경제 봉쇄가 물 샐 틈 없이 완벽하진 않다고 얘기 한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꼼수를 쓰면서 북한을 돕고 있고 북한이 사이버 범죄 등으로 불법적으로 거액의 현찰을 두둑히 챙기고 있다는 뉴스도 들린다. 하지만 니콜라스 에버스타트는 북한 경제가 힘들다는 것은 통계 숫자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한국의 공기관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수입물량은 2017년에서 2018년 사이 거의 3분의 1이 감소했다고 한다. 한국은행은 북한의 작년 총생산량이 1990년대 대기근 이후 최악의 추락세를 보였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한 금년 초 UN에서는 북한의 가뭄과 최악의 곡물 수확량 때문에 북한 인구의 40% 즉 1천만명이 극심한 식량난에 직면했다고 발표했다”


결국, 이런 상황 속에서 북한 정권의 현찰이 바닥나고 전략적 식량과 에너지 비축분이 바닥을 드러내면 더 이상 북한이 체제 붕괴 직전상태의 위기임을 숨길 수가 없게 된다는 것.

김정은과 그의 똘마니들은 작년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노망난 할아버지 정도로 파악했다. 그래서 두 번째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의 수많은 핵 기지 중 영변 핵시설 정도만 동결시키겠다고 약속하면 이 늙은 호구가 경제제재를 점진적으로 풀어주겠지, 라는 대단히 원대한 착각을 했던 것이다. 알다시피 이들이 노망난 할아버지라고 본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김정은과 그 졸개들의 잔머리에 넘어가지 않았다.

하노이 회담의 참패는 김정은 패거리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참사였다. 이에 대해 니콜라스트 에버스타트는 “회담 후 북한의 공영선전 선동 매체들이 침묵으로 일관한 것만 봐도 그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계속해서 하노이 회담 후의 북한이 처한 상황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북한정권은 진퇴양난의 궁지에 몰렸다. 하던 대로 벼랑끝 전술로 나오면 국제사회가 더 극심한 경제봉쇄 정책을 펼칠 것이고 그러면 정말 북한 경제가 벼랑 끝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반대로 김정은이 트럼프의 말 잘 듣는 강아지처럼 굴어도 북한이 핵을 완전 폐기할 때까지는 경제 봉쇄가 풀리지 않는다.”


이런 속에서 김정은이 택한 궁여지책이 소심한 공격정책 즉 ‘저강도 도발(microaggressions)’인 것이다. 니콜라스 에버스타트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다.

“도발은 하되 (트럼프-김정은의 브로맨스를 해치지 않을 정도의) 소소한 도발만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핵실험이나 대륙간 장거리 미사일은 자제하고 한국에 주둔한 미군을 겨냥한 단거리 미사일만 쏘아대는 것이다. 결국 김정은의 메시지는 ‘우리는 미 본토 건드릴 생각 추호도 없다. 트럼프 형님, 미군만 철수 시켜 주세요’로 요약할 수 있다”


김정은의 이 소심한 공격정책에 대해서 미국과 이해당사국들의 대응을 니콜라스 에버스타트는 일목요연하게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미국은 다시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이 있다고 공표했다. 이게 실현되면 아시아와 한반도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뀐다. 북한은 물론, 중국도 놀라서 나자빠질 일이 생긴 것이다. 중국이 김정은에게 ‘미국이 미사일을 배치한다니 정은이 너도 진짜 비핵화 해야 돼’라고 압박을 넣을 공산이 아주 크다” 


북한 정권 내부의 동요도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북한의 선전선동 문제를 오랜 세월 연구해온 스탠퍼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객원연구원 로버트 칼린(Robert L. Carlin)은 북한의 관영통신인 노동신문에 올라온 심각한 논쟁을 살펴보고 이렇게 전한다.  

“북한 내 평양 엘리트들 사이에서도 김정은의 실책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새로운 외교적 관계를 정립해서 북한의 미래를 보장받자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미제나 다른 강국을 믿어서는 안 되며 북한의 전통적 핵무기 개발과 미국과의 대결만이 북한의 미래를 보장한다는 강경론을 주장하면서 이 두 세력은 대립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정보분석관 존 맥크리어리(John F. McCreary)는 노동신문이 ‘판문점회담’을 대놓고 비호하는 작태를 날카롭게 분석하며 북한이 사실상 위대한 수령 동지, 민족의 태양 김정은이 북한 인민들에게 자기 판단을 믿어달라고 구걸하는 신세로 전락했다고 일갈했다.

“노동신문은 ‘김정은 수령 동지께서 트럼프 대통령과 놀라운 교분을 쌓아오셨기에 단 하루 만에 이런 극적 회담이 가능했다. 지도자께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훌륭한 관계를 통해 놀라운 결과들을 만들어 내실 수 있을 것이라 말씀하셨다’고 보도했다. 결국 노동신문이 전한 김정은의 이 놀라운 발언은, 미제의 앞잡이 트럼프 대통령한테 잘 보여서 잘 해볼테니 인민들이여 부디 나의 판단을 믿어달라는, 인민들에 대한 구걸인 셈이다. 민족의 태양 김정은이 인민들에게 설득을 구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지금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니콜라스 에버스타트는 이런 경천동지 할 일이 일어났다고 해서 북한 정권이 금방 무너질 것 같진 않다고 전망한다. 왜냐면 북한을 둘러싼 국제적인 환경이 다소 복잡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편을 들며 미국의 대북정책을 방해하려 한다. 그리고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서로 물어뜯느라 난리법석인 상황에서 한국의 대통령 문재인은 북한과 경제적으로 협력하면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헛소리를 하고 있다”


결국 ‘한일 경제 전쟁’과 ‘문재인의 망상’이 북한을 도와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니콜라스 에버스타트의 결론은 이렇다.

“분명한 것은 북한 대내적으로 올해 일어난 모든 일이 김정은의 명운을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새로운 방도를 찾을 것이고, 금년 말까지는 이 문제에 대해 미국과 해결을 보겠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이 포악한 최연소 독재자가 무슨 마술사도 아니고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니콜라스 에버스타트는 북한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무래도 마술지팡이가 필요해 보인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칼럼을 마무리했다.



김경란 기자 johnydep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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