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 KBS에 양심을 묻다

언론의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해고한 양승동의 KBS

미디어워치편집부 mediasilkhj@gmail.com 2019.07.04 15:55:31

‘KBS 기자협회 정상화를 위한 모임2016년 모임을 결성하면서 내부 게시판에 올린 ‘KBS기자협회 정상화를 위한 모임을 결성하며...’란 제목의 성명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KBS기협은 언론자유에 유독 관심이 많다. 기자들이 모인 단체이니 당연하다. 하지만, 방법도 레토릭도 과격하고 정치적이고 편향적” “민주노총 산하 특정노조의 2중대라는 비판을 곱씹어봐야 한다.” “균형적인 시각을 갖는 것은 기자로서 기본 덕목이다. 물론,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니 상대적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기협은 언론 자유와 공정 보도를 말하기에는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 “KBS기자협회는 사실상 특정 정치세력의 대변자 역할을 해왔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또다시 편파적인 모니터 활동이 도드라진다.” 정상화 모임은 이 외에도 언론노조 소속 기자가 동료 기자에 압력을 넣어 스스로 제작 자율성을 훼손하던 사례, 소수 간부들이 기협을 사유화해 KBS 기자 전체 이미지를 특정 정치성향을 가진 편향된 집단으로 끌고 가던 행태들을 비판했다.

 

이렇게 구구절절 옳은 지적으로 성명을 발표하고 모임을 주도했던 KBS 전 보도국장이 며칠 전 해고됐다. 보도에 의하면 다른 3명의 기자는 정직(1~6개월) 또 다른 1명은 감봉 처분을, 나머지 12명은 주의 조치를 받았다고 한다. 이런 징계의 근거가 되는 것이 소위 진실과 미래위원회(약칭 진미위)’의 조사결과라는 것이다. 기자협회 정상화 모임을 결성하고 영화 인천상륙작전홍보 취재를 억지로 시켰다는 식으로 기자들이 취업규칙과 편성규약, 보도위원회 운영세칙 등을 위반했다는 갖가지 억지 이유를 갖다 붙였다. 징계를 위해 덕지덕지 붙인 온갖 구실들이 다 어처구니없지만 어찌됐든 가장 심각한 문제이자 반드시 짚고 넘어갈 문제는 기자협회 정상화를 위한 모임 활동을 했다는 것을 해고사유로 삼은 KBS의 망나니짓이다. 기자협회는 KBS 공식기구가 아니라 일종의 친목단체이고 임의단체다. 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이 자기들이 속한 친목단체 방향성에 이견을 갖고 비판 좀 했다고 그걸 직장 내 편 가르기를 했다는 이유를 달아 해고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

 

광폭한 시대, 그러나 이성 회복하길

 

대한민국 공영방송 사 내에서 이런 일로 해고를 당할 수 있다고 한다면 세계의 노동계가 깜짝 놀라고 언론계가 충격 받을 일 아닌가. 필자 기억에 KBS 기자협회 정상화를 위한 모임은 고작해야 성명 몇 차례 낸 정도였지 기대와 다르게 그다지 눈에 띄게 활동한 것도 아니었다. KBS 내부에서 큰 활동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KBS를 걱정하는 필자와 같은 밖의 국민 눈에는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기자협회가 특정 세력에 경도돼 있으니 정상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좀 낸 것이 해고사유가 될 수 있다니 충격 그 자체다. 특정 정치세력의 언론 도우미 같은 느낌마저 주는 편파적인 친목단체 기자협회는 비판의 예외인가. 성역 그 자체인가. 기자협회가 그토록 비난하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시절에도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은 없었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이유로 직원을 해고하고 징계한 사장 양승동과 경영진의 월권, 직권남용 아닌가. 이런 황당한 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KBS 이사회는 직무유기 한 것이 아닌가.

 

1심에서 위법성이 드러났던 진미위는 항고심에서 뒤집혔다. 그 덕분에 양승동 경영진이 지금처럼 망나니 칼을 휘두르며 보복 중이지만 재항고해 최종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보겠다는 공영노조 말대로라면 현재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일 것이다. 법원 최종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징계부터 서두른 것은 어떤 면으로 보더라도 보복의 의도가 강하다. 설령 대법원 판결에서 징계 무효가 나더라도 겁을 집어먹도록 해 다시는 자신들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일종의 위협과 협박이다. 이런 걸 가리켜 조폭식 행태라고 비판한다 해서 지나치다고 할 수 있을까. 이번 KBS 징계 사태는 특정 노조 이외에는 언론의 자유도 표현의 자유도 금지된 KBS의 현실을 국민에게 고스란히 보여줬다. 후배가 선배를 취조하듯 조사하고 동료끼리 고발과 감시를 독려하여 인민재판이 횡행하는 북한식 민주주의가 현재 KBS를 움직이는 동력이 아닌지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광기는 오래가지 못한다. 광풍이 지나간 뒤 잔해 속에서 죽은 양심을 뒤적이는 후회는 하지 않도록 이성들을 회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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