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 방통위의 낯 뜨거운 자화자찬

‘국경없는 기자회’ 언론자유지수는 면죄부가 아니다

미디어워치편집부 mediasilkhj@gmail.com 2019.05.28 17:14:37

방송통신위원회의 낯 뜨거운 자화자찬이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이효성 위원장이 이끄는 제4기 방통위가 지난 2년 간 성과 중 하나로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 순위 상승을 꼽았다. 문재인 정권 출범 전 63위였던 기록이 작년 43위로 올해 41위로 올라 아시아지역에서 1위로 나타났으니, 그러한 성과가 언론 독립과 표현의 자유 향상을 위해 노력한 자신들 공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좌파정권의 뻔뻔함은 늘 그렇듯 많은 국민들을 실소하게 만든다. 이들이 언론탄압 비판을 받을 때마다 정당성의 근거로 흔히 내세우는 성적표가 바로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라는 것이다. 겉으로 그럴 듯 해보이지만 내막을 알고 보면 허깨비 같은 성적표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우선 국경없는 기자회가 어떤 단체인지 알 필요가 있다.  

위키백과 소개에 의하면 국경없는 기자회(프랑스어: Reporters sans frontières, 영어: Reporters Without Borders)는 언론의 자유를 증진할 목적으로 1985년 프랑스의 전 라디오 기자 로베르 메나르에 의해 파리에서 조직된 국제 비정부 기구이다. 줄여서 RSF라고도 하며, RSF는 국제표현자유교류 소속 단체이며 전 세계에서 언론 자유 증진 및 언론 상황 감시 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2002년 이후 매년 14개의 단체와 130명의 특파원, 저널리스트, 조사원, 법률전문가, 인권활동가 등이 각 나라의 보도의 자유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50문항의 질문에 회답하는 형식으로 지표가 작성된다. 그 지표를 바탕으로 발행된 리스트가 바로 언론 자유 지수다. 예산 19%는 북미와 유럽 각국 정부 및 조직으로부터 받고 소로스 재단, 자유쿠바 센터 등 다양한 개인 기부를 통해 운영된다고 한다. 

국경없는 기자회를 구성하는 구체적 단체들과 개별 인물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지 못해 이 단체가 중립적인지 아니면 편향적인 단체인지 필자로선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단체가 언론노조의 영향을 세게 받는 한국기자협회와 공동으로 세미나를 개최하는 식으로 지속적으로 교류해온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국경없는 기자회의 한국 언론 인식이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이 체감하는 것과 상당한 거리가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지난 보수정부에서 언론노조의 MBC KBS YTN 등 방송사들의 정치색 짙은 파업을 지지하며 편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과거 김인규 KBS 사장, 김재철 MBC 사장, 배석규 YTN 사장에게 방송 파행 책임이 있다며 2012년 언론사 파업 때 국경없는 기자회가 언론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영상을 보낸 사실이 증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방통위 언론탄압 반성하고 변화해야

방통위가 자랑하는 올해 41위 성적표에 국경없는 기자회가 과거보다 대한민국의 언론자유지수가 전보다 개선된 이유를 밝힌 설명도 그런 의심을 뒷받침한다. “인권운동가 출신의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새 바람이 불었다” “대한민국 언론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의 싸움에서 제 몫을 다했고 마침내 대통령 탄핵이 이뤄지며 승리했다” “문재인 정부는 방송사 사장 지명과 관련해 오랜 기간 지속했던 MBC, KBS, YTN의 갈등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정부와 언론이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느낌을 주는 문재인 정부가 언론노조가 보수정부에서 임명된 사장 경영진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파업을 일으켜 갈등한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언론자유 지수가 더 높다는 조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국경없는 기자회가 대한민국 언론 현실을 정확하게 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나. 국경없는 기자회와 교류하는 언론노조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은 것 아닌가. 

내로남불은 이미 이 정권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방통위는 필요한 부분만 가져다 홍보하고 선전할 것이 아니라 기왕 국경없는 기자회를 인용했으니 이 단체가 지적한 다음과 같은 사안도 숙고하길 바란다. “명예훼손은 여전히 최대 징역 7년형의 처벌을 받는데 이는 기소대상에서 제외돼야 하며, 특히 북한과 관련된 민감한 정보를 공개했을 때 높은 수위로 처벌하는 법을 폐지해야 할 것” 물론 방통위가 직접 다룰 영역은 아니지만 국경없는 기자회의 언론자유지수를 자기들의 정당성을 증명하고 방어하는데 활용하긴 청와대도 마찬가지이니 하는 얘기다. 적어도 남북정상회담 보도와 관련해서 정부가 일러주는 대로 보도하라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보도지침 사건이나 작년 판문점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통일부가 탈북기자를 배제한 사건은 방통위와 무관한 일도 아니었다. 

좌파가 언론을 탄압하면서 자기들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구실로 삼는 국경없는 기자회의 언론자유지수는 적어도 대한민국의 언론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방통위는 국경없는 기자회의 언론자유지수 상승을 이끈 원인이 △방송미래발전위원회를 운영하고 공영방송 이사 선임 시 국민 참여 △방송사업자 재허가 심사 시 경영독립성, 제작·편성 자율성 중점 심사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 증진 추진을 언론과 표현의 자유 관련 구체적인 정책 성과로 꼽았다고 한다. 현 정권과 방통위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대한민국 절반 이상은 하나같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악법이자 독버섯과 같은 정책으로 느낀다. 문재인 정권의 방통위가 국경없는 기자회를 앞세워 아무리 언론자유지수가 상승했다고 자랑하고 그것으로 짓눌러도, 대한민국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하면 소용없는 짓이다. 방통위는 국민과 괴리된 수치로 자랑할 게 아니라 반성과 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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