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종식’ 제안은 눈속임”

지적재산권 탈취 등 핵심 무역 이슈 감추려는 의도

최인섭 기자 ischoi4852@gmail.com 2019.01.24 12:00:01

미국과의 무역전쟁 중에 있는 중국이 미국에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렸던 미국과의 차관급 무역 협상 당시 중국은 “2024년까지 6년에 걸쳐 총 1조 달러(약 1122조원) 이상의 미국산 제품을 더 구매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이 문제 삼고 있는 중국의 과도한 무역수지 흑자를 사실상 0으로 만들기 위한 대책으로,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조기에 끝내 경제위기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려는 의도로 보인다. 물론 미국은 별다른 대응 없이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같은 핵심 이슈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중국의 제안을 받아들여 양국의 무역협상이 타결된다 해도 중국을 신뢰하기는 어려우며, 결과적으로 눈속임에 불과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블룸버그(Bloomberg) 통신의 칼럼니스트인 노아 스미스(Noah Smith)는 21일(현지시간) “중국의 ‘대미흑자 종식’ 제안은 눈속임(China's Plan to End Its U.S. Trade Surplus Is a Red Herring)”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스미스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서 예기치 않은 진전이 있었다”며 중국이 오는 2024년까지 총 1조 달러 상당의 미국산 제품을 더 구매하겠다고 제안한 사실을 소개했다. 이어 스미스는 “중국 정부는 지금의 무역전쟁이 중국 경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에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제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중국 같은 권위주의 정치 체제에서는 약간의 불경기만 와도 시진핑과 그의 파벌에게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며 “권위주의 통치자들은 인기가 떨어지면 투표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감옥에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스미스는 “관건은 중국의 이번 제안이 과연 현실적이냐는 것”이라며 “중국이 상당한 대미 무역흑자를 내온 건 사실이지만,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수지는 그리 일방적이지 않다”며 “무역과 투자를 모두 계산에 넣은 중국의 현재 경상수지는 거의 0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만약 중국이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서 약속대로 미국 제품을 잔뜩 구매한다면, 현재의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전제하고 “아마 중국은 이런 사태를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미스는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그만큼 다른 국가들로부터의 수입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를테면 중국은 지금 연간 1600억 달러에 달하는 석유를 수입하고 있는데, 미국에게서 수입하는 건 거의 없다”며 “그렇다면 중국은 아프리카 대신 미국에서 석유를 수입하는 방식으로 대미 무역흑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미스는 “중국은 매년 미국에서 200억 달러어치의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는데, 중국의 전체 식품 수입량은 이보다 거의 4배쯤 되기에 미국에서 수입하는 농산물을 지금보다 늘릴 수는 있다”면서 “대신 프랑스, 호주, 페루 등의 국가에서 수입하는 양을 줄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은 실현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국이 식량과 석유 대부분을 미국에서 수입한다고 가정할 때, 양국 사이에 만일 갈등이 발생할 경우 중국은 수입선을 빠르게 전환하기 어렵다”며 “결국 이런 경우에는 경제적 양보가 지정학적 양보로 이어지는데, 이는 중국 군부가 반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미스는 “식량과 석유를 미국에서 대부분 수입해도 중국이 목표로 내건 ‘6년간 1조 달러’의 절반 수준을 채울 뿐”이라며 “나머지 할당량을 채우려면 기계, 차량, 항공 등의 제품을 수입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금까지 중국은 기계, 차량 등의 제품을 수출하는 데 집중해 왔기에, 미국에서 기계, 차량 등을 오히려 수입하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 심각한 경제 역주행”이라며 “중국 경제의 모델을 꽤 많이 변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중국이 대미 무역흑자를 없애는 건 기술적으로는 가능한 일이지만 큰 희생을 필요로 한다”며 “중국 지도부가 이런 희생을 감내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중국이 이런 약속을 지킬 가능성은 낮다”며 “눈속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스미스는 중국의 제안에 숨어있는 의도를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비현실적인 제안을 통해 더 중요한 무역 이슈인 중국의 지적재산권 탈취, 하이테크 산업 통제,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입 방해 등으로부터 시선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인섭 기자 ischoi485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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