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검증] 중앙일보 ‘최태민=라스푸틴’ 기사, 최악 오보로 판명되자 조용히 삭제

오보 판명 뒤에도 반성없는 국내언론 엉터리 외신까지 수입...사실확인 시스템 '마비'

이우희 기자 wooheepress@naver.com 2018.01.02 12:08:22

중앙일보가 박근혜 대통령을 요승(妖僧)에 지배당한 여자로 묘사한 초대형 오보를 사과 한마디 없이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 인터넷판은 지난달 27‘"최태민은 한국의 라스푸틴" 2007년 미 대사관 외교전문제하의 기사를 내보냈다. 같은 미디어그룹 소속인 JTBC, 코리아데일리 등도 기사를 실었다. 기사의 폭발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국가 기간 통신사인 연합뉴스는 물론, 조선일보, YTN, 채널A, MBN 등 거의 모든 주류 매체가 문제의 기사를 받아썼다.

 

앞서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존재가 지난달 24일 수면 위로 드러나 국민들의 분노와 허탈감이 만연했던 상황. 미 대사관의 입을 빌어 최순실 씨의 부친은 요승이라고 사실상 확언한 이 기사는 국민 분노를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밀어올렸다.




전모 드러난 중앙미디어네트워크의 악의적 왜곡

 

초대형 오보였다. 중앙일보 기사는 미국은 비선 실세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의 부친 최태민씨를 한국의 라스푸틴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단정했다. 출처로는 “2007720일 당시 주한 미 대사관이 미국에 보낸 외교 전문에서라고 밝혔다. 매체는 외교 전문의 내용은 물론, 언급을 한 주체를 교묘하게 왜곡했다.

 

당시 주한 미국대사관은 우리나라 대선 정국에서 떠도는 루머를 인용해 이를 본국에 전달했을 뿐이었다. 어디까지나 관계국에 대하여 본국에게 보내는 ‘동향보고차원으로, 대사관 차원의 공식적인 조사분석이나 의견표명이 아니었다.

 

노컷일베’의 기사와 재미저술가 조화유 씨의 칼럼 등을 참고하며 해당 외교전문을 분석한 한 외신번역 전문가는 중앙일보는 마치 주한 미대사관이 주체가 되어서관련 사실들을 검증하고 확인하여 본국에 전한 것처럼 기사를 내보냈다“‘(시중에) 소문에 이러이러한 것이 있다‘(우리 미 대사관이) 확인·평가해 보니 이러한 일들이 사실이다는 분명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중앙일보 기사는 시종일관 마치 미 대사관이 주체가 되어서 최태민을 평가분석한 것처럼 서술했다. 이를테면 반대세력으로부터 한국의 라스푸틴이라고 불렸던 최태민()가 육영수 여사의 서거 후 퍼스트레이디로 있던 박근혜 (후보)를 지배했다는 설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한다”, “카리스마 있는 최태민 목사는 인격 형성기에 박근혜 (후보)의 심신을 완전히 지배했다라는 내용들이다.

 

주체를 바로잡으면 내용이 달라진다. 최태민을 라스푸틴으로 묘사한 것은 MB 진영으로, 박근혜 후보를 비방하기 위해 만들어낸 표현이었다. 미 대사관은 이런 한국의 정파세력간 공방 상황을 본국에 전했을 뿐이다.

 

카리스마 있는 최태민 목사는 인격 형성기에 박근혜의 심신을 완전히 지배했다는 문장도 미 대사관의 의견이 아니라 주체가 불분명한 소문일 뿐이었다. 중앙일보는 원문에서 “(그러한) 소문이 파다하다(rumors are rife)”는 구절을 쏙 빼고 악의적으로 왜곡한 것이었다.



 

중앙일보 기사 내렸지만...이미 거짓은 사실로 둔갑

 

중앙일보는 자사 사이트와 포털에서 문제의 기사를 삭제했다. 청와대의 항의에 따른 조치다. 청와대 관계자는 해당 기사를 삭제해 달라는 대변인실의 대응조치에 따라 중앙일보가 기사를 내린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라스푸틴 건에 관해선 추가적인 대응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대부분의 주류 언론이 진실추구가치와 양심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초대형 오보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는 물론, 통신사와 일간지, 지상파, 종편 등 최태민=라스푸틴이라는 주제로 기사를 내보낸 매체 어느 곳도 사과나 정정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오보로 판명난 이후에도 주류 언론의 보도행태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27일 이후 나온 기사들은 박근혜 태통령을 비방하는 내용이 루머이며, 그런 평가를 내린 주체가 반대세력이라는 점을 본문에서만 밝히고 있다. 제목에서는 미 대사관의 보고서 '한국의 라스푸틴 최태민'(YTN, 27) "최태민, 한국의 라스푸틴으로 불려" 미대사관 2007년 외교전문(연합뉴스, 28) 주한대사관, 2007년 본국에 보낸 보고서에 "최태민은 한국의 라스푸틴후보를 지배“(조선일보, 28A8) 대사관 보고서 최태민은 라스푸틴”(채널A, 29) 등 중앙일보의 최초 왜곡 프레임을 그대로 유지했다.



 

결국 루머사실로 굳어져 계속해서 파생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네이버에서 라스푸틴으로 최근 한 달간 생산된 기사를 검색하면 총 424건이 나온다. 최근 일주일만 살펴봐도 <이성주의 건강편지>검증되지 않은 상업시술을 받는 대통령(코메디닷컴 1121) 마이리틀텔레비전요승 라스푸틴 이야기에 김구라 주변사람 잘둬야”(TV리포트. 1120)‘ [이슈&경제] 한국판 라스푸틴’(경기일보, 1120) "최태민, 한국의 라스푸틴" 스탠턴 전 부대사 2007년 본국 보고(글로벌이코노믹, 1114) 등이 검색된다. TV예능 프로그램에서 라스푸틴을 주제로 정부를 풍자하고, 기고자들이 루머를 사실로 확신하고 글을 쓰고, 매체는 이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여론은 더욱 심각하다. 구글에서 검색어 박근혜 라스푸틴을 검색하면 325000개에 달하는 검색결과가 쏟아진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언론사와 개인이 만든 카드뉴스나 합성사진이 대통령이 요승에 빠진 증거로 떠돌아 다닌다. 오보에 대한 언론사의 분명한 정정보도와 반성 없이는, 일단 확산된 거짓을 바로잡기 힘들다는 점을 재확인하게 한다.

 

똑똑한 감시자들...주류언론 불신 여론 번져

 

주류 언론의 왜곡과 오보를 잡아내는 똑똑한 감시자들도 늘고 있다.

 

재미작가 겸 영어교재 저술가 조화유 씨가 대표적이다. 조 씨는 111조선펍을 통해 언론들의 최태민 관련 대사관 보고서 오역을 지적했다.

 

재야 인터넷 언론매체인 노컷일베도 지난달 31일 신속하게 오보를 가려냈다. 김민수 기자는 중앙일보, 미 대사관 외교전문 왜곡.허위보도... ‘최태민=라스푸틴’“ 제하의 기사에서 중앙일보의 미 대사관 외교전문 왜곡보도문제를 상세히 다뤘다

 

기성 언론인 중에선 서울경제신문의 이신우 논설위원이 칼럼을 통해 오보를 양산하는 언론 행태에 자성을 촉구했다. 이 위원의 칼럼 언론이 사실을 외면하면은 아래와 같은 문장으로 끝맺었다.

 

중우(衆愚)정치보다 더 위험한 것은 중우언론이다. 100만명이 모였으면 하는 집단적 욕망이 어느덧 100만의 역사적 사실로 둔갑하는 현실을 보라. 대한민국은 나라를 세운 지 올해로 68년째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의식 수준은 스물여섯 살 저자의 뼈아픈 지적에서 한 치도 진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우희 기자 woohee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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